HOGWARTS! 2017. 8. 21. 22:07

HOGWARTS! 6

종현이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고, 며칠 후에 어머니의 백조, 실크가 잉크와 편지와 함께 도착했다. 편지 겉면에는 "혼자 조용히 뜯어 볼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민기에게 잉크를 전해 주고는 화장실에 가서 살짝 편지를 뜯어 보았다.

종현에게
종현아, 마법부는 쉬쉬하고 있지만 우리 세계 어딘가에서 어두운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렇지 않으면 포터 같이 유능한 오러를 호그와트에 보낼 리가 없어. 사실 엄마도 네 편지를 받고 확신했단다. 포터가 교수로 갔다는 소문은 꽤 있었지만, 장관님께 여쭤보니 임무 나갔다는 답변밖에 받을 수가 없었어. 포터는 믿을만한 사람이다. 너도 알다시피 웬만한 사태도 다 진압할 수 있는 사람이야. 정신도 조종당하지 않을 테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든 꼭 포터나 교장께 말씀드려라.
. 사실 엄마도 모르는 일이었어. 네 편지를 받고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보니 네 말이 맞더구나. 너에게서 4대 올라가서 계시는 나의 할머니, 너의 조할머니의 동생이 바람을 핀 적이 있다더라. 아이를 낳으신 기록까지 있어. 하지만 이 아이는 어디서 무얼하는지, 이름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 하여튼 그래. 황가의 아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황가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꽤, 높구나. 엄마가 여러 방향으로 조사해 볼게.
. , .. 일이구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머글 잉크를 사서 보낸다. 머글 물건들은 누군가 손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니까. 네 물건중에서도 갑자기 잃어버리는 물건이 생기면 꼭 말해주거라. 머글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대체 구입해서 실크편에 보내마.
네 아버지는 이제 조금 진정이 되셨어. 마법사를 머글학교에 보내려고 하다니, 정신 나간 짓이지. 내가 결혼하기 전에도 말했건만, 참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집에 돌아올 때가 되면 웃는 얼굴로 맞아 주실 거야.
. 아무리 즐거워도 가끔씩 엄마가 생각나면 편지를 써주렴.
사랑을 담아, 엄마가.

편지를 읽은 종현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그냥 짐작으로 별 생각 없이 무슨 일이 있냐 던져본 건데, 의외의 답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모른다고 하실 줄 알았다. 아니, 아무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무언가 어두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학교에서 공부만 해도 되는 걸까. 무언가 대비를 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쾅쾅쾅 -

"김종현! 뭐하냐? 똥 싸? 변비야?"
"꺼져라.. 아니거든?"
"그럼 뭐해? 빨리 나오기나 하셔."
"예에..."

민기가 밖에서 뭐하냐고 묻는 통에 종현이 밖으로 나왔다.

"아, 미안. 진짜 변비였냐?"
"아니라고!"

종현이 이걸 민기에게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주머니에 슬쩍 편지를  집어넣었다. 어머니의 추측이니까, 공연히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으니.

"다음시간 뭐야?"
"비행술."
"아아.. 맞다. 저번에 지겹도록 이론만 잔뜩 배우고 이번주에 실습한댔지."

민기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종현이 넌 빗자루 샀어?"
"뭐하러. 퀴디치할것도 아닌데."
"하긴..."

비행술 수업도 슬리데린과 함께이다. 첫주에 살펴보니, 변신술, 마법의 역사,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비행술, 천문학, 마법약 이렇게 아홉가지 과목들 중 어둠의 마법 방어술, 비행술, 마법약, 천문학 네 과목이 슬리데린과 함께였다. <호그와트의 역사>를 읽어보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은 항상 라이벌 구도였는데, 왜 이 두 기숙사를 붙여놓은건지 종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슨.. 선의의 경쟁 하라는것도 아니고. 사실 역사를 조금만 파 봐도 경쟁 수준이 아니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잖아?

"자, 외쳐보세요. UP!"
"UP!"
"UP!"
"UP!"

비행술 담당 교수님인 후치 부인을 따라 UP! 을 외치자 땅에 있던 빗자루가 손으로 슉 들어왔다. 이에 민기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헐, 대박."

신기해하는 민기를 보고 종현이 피식 웃었다. 마법세계는 앞으로 놀랄 일들이 더 많을텐데, 여기서 놀라면.. 허허.

"그럼 이제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땅을 박차는겁니다.  준비됐죠? 자, 하나, 둘, ㅅ- "

후치 부인이 셋을 외치려는 순간 종현과 민현이 한박자 빠르게 땅을 박차고 올라왔다.

"뭐야, 너."
"뭐긴. 그리핀도르다."
"아, 응..."

민현이 종현을 보자마자 당황해서 뭐냐고 물었다. 이에 종현이 그리핀도르라 대답하자 도리어 민현이 더 당황해버렸다. 민현이 빗자루의 고도를 높였다. 후치부인이 아직 셋을 외치지 않아 둘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땅에 발이 붙어있었다.

"거기 슬리데린! 내려와! 그리핀도르, 너도!"
"종현아..!"

민기가 조그맣게 종현에게 어서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걸 보고 민현이 피식 웃었다.

"참, 눈물겨운 우정이네."
"뭐?"
"눈물겹다고, 너랑 쟤."

민현의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그 끝에는 민기가 있다.

"..무슨 뜻이야?"
"별 뜻 없는데."

그냥 비꼰거라고, 기분 나쁘니까. 민현이 뒷말을 조용히 삼켰다.

"쓸데없는 소리좀 하지마. 불쾌하니까. 민기랑 나랑 그냥 친구야."
"와, 그걸 용케도 알아들었네?"
"야."
"왜. 한대 치겠다, 아주?"

민현이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칠 수 있으면?"
"내가 너 곤란하게 하는 게 빠를텐데."

말을 마치자마자 민현이 지팡이를 꺼내 종현의 지팡이를 겨누었다.

"아씨오!"
"뭐하는..!"

종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현의 주머니에서 지팡이가 휙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민현의 손을 스치고는 날아갔다.

"어이쿠, 이런. 내가 아직 잡는데는 익숙하지 않아서. 미안해서 어쩌나?"
"이..."

종현이 잠시 민현을 쏘아보고는 지팡이를 잡기 위해 하강했다.

"...무식한거야, 겁이 없는거야?"

저기 떨어져도 안 부러질텐데, 어디 부러지는건 너일것 같은데. 민현이 급강하하는 종현을 보고는 혀를 찼다.
한편, 종현의 머릿속엔 지팡이를 잡아야 햐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저게 부러지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다른 이들이야 지팡이가 망가지면 아쉽지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지팡이를 사면 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종현은 비아르가이다. 그리고 지팡이 안에는 아리아의 비늘이 주 재료로 들어 있었다. 다시 구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비아르가의 후손은 오직 아리아의 비늘이 들어간 지팡이만을 가질 수 있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팡이를 받아내야 했다. 몸은 고치면 되지만, 지팡이는.. 종현이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안돼, 지금 겨우 이주일 째인데 여기서 내 마법을 끝낼 수 없어.
아래로 - 아래로 -
하강하던 종현이 마침내 손을 뻗어 지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빗자루를 팽개치고 바닥으로 굴렀다. 아슬아슬했다.

"아흐윽...."

팔이 부러진듯 싶었다. 팔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오른팔을 왼팔로 받치고 있어도, 지팡이는 안전하게 종현의 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지팡이를 보고 긴장이 풀린 종현이 힘없이 미소지었다. 멀리서 후치부인이 무어라 외치며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종현의 옆으로 놀란 얼굴의 민현이 착지했다.

"야!"

갑자기 종현의 눈 앞이 아른거렸다.
어지러웠다.

"김종현! 왜 이래! 괜찮아? 정신 좀 차.."

털썩.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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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15. 09:40

HOGWARTS! 5

종현과 민기가 마법의 역사 교실에 도착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가워요, 난 커스버트 빈스 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빈스 교수라고 부르면 됩니다. 책은 다 가져 오셨나요?"
"네에 - "
"책은 넣으세요. 오늘은 호그와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암, 마법의 역사 시간은 더 고역이네. 아니, 이야기는 재밌는데 교수님 목소리가 너무 졸려.."
"동감한다. 다음시간은 좀 나을 듯? 어둠의 방어술이야."
"거긴 또 교실 어디냐."
"대충 눈치 봐서 그리핀도르 1학년생들 따라가자.."

어둠의 방어술 교실은 3층이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착각일까, 슬리데린이 보였다. 슬리데린의 초록색 교복이 헛것인가 싶어 종현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는데, 틀림없는 슬리데린이었다. 뒤를 돌아 살펴보았는데, 황가의 그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교수님이 나오셨는데, ...어라?

"해리 포터?!"
"해리 포터라고?"
"볼드모트를 없앤 그 사람?!"

"반갑습니다. 올해 어둠의 방어술 교수를 맡게 된 해리포터입니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기의 흑마법사 볼드모트 경을 없앤 해리 포터, 더불어 현재는 가장 유능한 오러로 손꼽히는 이. 그가 왜 호그와트 교수로...

"알다시피 - "

포터 교수님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어나갔다.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위즐리 로요. 그에 따라, 모든 학생들은 자신을 방어할 마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장관께서는, 현직 오러인 저를 호그와트 교수로 보내셨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그레인저 아니셨어? 교수님 친구분이라고 아까 역사시간에 들었는데."

민기가 조용히 속삭여왔다.

"맞는데, 위즐리 가랑 결혼하셨잖아."

아하.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은 민기.

"혹시 제 이야기를 모르는 학생이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제게 있어 몇번이고 목숨을 구해준 주문이 뭔지 아는 학생, 있나요?"

뒤쪽에서 기다란 팔이 들렸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무장해제술입니다."

그 아이다.
황가의 그 아이.
뒤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맞아요. 슬리데린? 슬리데린에 5점 주겠습니다. 학생 이름이 뭔가요?"
"...황가의 민현입니다."
"황가.. 로군요."

교수님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였고, 곧 그 표정이 사라졌다.

"올해 저는 이론적인 부분은 조금만 나가고 - "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론적인 부분.. 하하.

"어쨌건 시험을 봐야 하니까요 - 그리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주문을 몇 가지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학년생들이 배울 수 있는 주문이 몇가지 되지 않아요."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오고 나서도 종현은 포터 교수님의 묘한 표정이 계속 걸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신 걸까. 황가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
"...현아!"
"종현아! 떨어지겠어!"

움직이는 계단에서도 생각에 잠겨 걸음을 옮긴 탓에 계단이 움직일 때 발을 내 디뎠다. 종현이 한 발을 밖으로 뻗는 찰나, 민기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먼저 손이 닿은 이가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지, 떨어질 뻔 했잖아."
"어, 어?"
"네 발 밑을 봐."

종현이 정신을 차리고 밑을 보았다. 몇 층을 지나야 바닥이 보였다.

"흐아, 고마...어?"

황가의 아이다.

"...어? 황민현?"
"용케도 내 이름을 기억하네.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 기억해주니 영광인걸?"

비꼬는 듯한 말투에, 하루 종일 계속 마주쳐서 기분이 묘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그러는 너는, 왜 자꾸 마주쳐?"
"처음엔 네가 교실을 잘못 찾아 온 거고, 두번째는 방금 수업 같이 들은 거고. 세번째는 네가 떨어질 뻔 해서 지나가는 길에 잡아준거고. 문제 있어?"

아니, 뭐,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그나저나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나?

"너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어?"

호기심에 민기가 살짝 끼어들었다. 오, 궁금했는데, 민기야 나이스.

"자, 다시 검은색."

순식간에 머리 색이 변했다. 민기가 입을 쩍 벌렸다.

"헐, 대박, 어떻게 한거야?"
"타고 난 거야."

민현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종현에게는 머글출신인 민기를 비꼬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계단이 문에 도달했고, 종현이 민현을 흘겨보며 이야기하였다.

"알았고 잡아준건 고마운데, 일 끝났으면 빨리 가라."
"왜 생명의 은인을 이리 모질게 대하실까."
"생명의 은인은 무슨."

종현이 코웃음쳤다. 여기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기껏해야 병동에 며칠 입원하는거겠지.

"고마우면 나중에 내 목숨 한번 구해줘라."
"내가 구해줄 일이 뭐가 있냐 싶다만 알겠으니까 빨리 가. 뒤에 다 막혔잖아."

이제야 민현이 고개를 드니 뒤에서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학생들이 몇명 보인다. 그들을 보자마자 민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을 먹고 마법약 시간이 끝나니 얼추 2시 30분 쯤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어머니께 편지를 쓸 시간이 남았다. 종현이 민기와 기숙사로 올라갔다. 민기는 피곤했던건지 잠시 자러 갔고, 종현은 홀로 생각에 빠져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엄마께
엄마, 종현이에요. 호그와트에서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호그와트는 기대한것보다 멋진 곳인것 같아요. 올해 마법의 방어술 선생님은 해리 포터 교수님이세요. 네, 엄마가 아시는 그 해리 포터요. 엄마는 알고 계셨죠? 저는 진짜 놀랐어요.
제가 오늘 편지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번째는, 민기의 잉크가 없어요. 짐을 다 풀어서 뒤졌는데도 나오지 않았어요. 민기는 분명히 넣었는데도요.. 참 이상하죠? 그래서 잉크가 새로 하나 필요해요. 저희가 나갈 수가 없으니.. 혹시 엄마가 사서 엄마의 백조, 실크 편에 보내주실 수 없으실까요? 민기의 부모님은 머글이시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오늘 마법의 방어술 수업을 시작할때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셔서 올해부턴 1학년부터 제대로 된 방어술을 배운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황가의 아이를 보시곤 -

잠깐.
아까 민현이 날 보고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라고 -
세상에.
....대체 뭐야, 닉부터 황가까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지네스부터 황 까지.
아아.... 지팡이를 만졌을때 인어의 비늘이라고 했지. 비아르가 인건 그때 알아챘겠네. 친척중에 지팡이 제작자가 있는데 모를리가. 그렇다면 정통 후손이라는건 무슨 말이지? 우리 집안중에 외도나, 바람 펴서 낳은 자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아... 머리 아파라.

종현이 한참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편지를 이어 나갔다.

- 잠시 멈칫하셨는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표정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려움, 놀람, 신기함, 기시감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인 것 같았어요. 금방 표정을 지우셨지만 저는 계속 묘하게 거슬리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비아르가 라는 걸 민기 제외 벌써 두명이나 알고 있어요. 황가의 아이와, 저희 기숙사 반장이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황가의 아이는 이해 했어요. 그 아이가 제 지팡이를 잡은 적 있거든요? 지팡이 제작자 황연께서 그 아이 작은할아버지시래요. 잡자마자 재료를 알았고, 인어의 비늘이 들어간 걸 알았으니 제가 비아르가인 걸 알았겠죠. 그리고... 그 아이가 제게 정통후손이라고 했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가문에서 외도, 비슷한게 있었나요? 그리고 기숙사 반장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름은 닉 코지네스, 제가 비아르가 인건 물론 인어의 눈물까지도 알고 있어요.
벌써 보고싶네요, 엄마. 아빠는 잘 계시죠? 괜찮아요? 아직도 제 학교 문제로 화 많이 나셨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아들 종현 올림.

종현이 편지를 곱게 접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엉이, 블루를 찾아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부엉이장을 찾은 후, 블루의 다리에 편지를 단단히 묶었다. 블루는 흰색 부엉이이다.

"엄마께 전해. 엄마 어디 계신지 알지?"

블루가 커다란 눈으로 종현을 쳐다보더니 알겠다는 의미로 부리로 손을 두어번 톡톡 두드렸다.

"그럼, 다녀와. 답장은 실크 편으로 올 테니까, 전해주고만 와."

종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블루가 날개를 펴고 활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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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2017. 8. 14. 00:14

황제의 길 4

"종현님! 어디계셨습니까! 괜찮으신겝니까!"

처소로 돌아오니 이미 연각에서의 일이 전해진 듯 놀람으로 상기된 얼굴으로 종현을 맞아주는 진상궁이다. 종현의 눈기젖은 눈을 보자마자 도리어 진상궁이 울 것 같았다. 그녀가 종현의 몸을 이리 저리 살피며 옷이 찢어진 곳은 없는지, 다친곳은 없는지 살폈다. 그녀가 낮은 한숨을 쉬며 다행이라 말하려 종현의 손목을 잡았다.

"아..!"

손목이 잡히는 순간 종현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가 아차 하고 입을 재빨리 다물었다. 순간 진상궁의 눈매가 매서워지더니 종현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새파랗게 멍이 든 손목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이제야 종현이 들고 있는 붉은 꽃으로 눈을 돌렸다. 손목과 꽃을 번갈아 보던 진상궁이 곧 이해한듯 아, 하는 탄성을 터트렸다.

"..8황자 전하시군요."
"어떻게..."
"궐 안에서 이리도 어여쁜 꽃을 가꾸는 곳은 8황자 전하의 정원밖에 없으니까요."

이제야 진상궁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군자란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니요."
"<고귀>라는 꽃말을 담고 있습니다. 본래 봄에 피는 꽃인데, 8황자께서 공들여 날씨에 관계없이 피는 꽃들 중 하나입니다."
"고귀... 라구요."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 그래도 나를 고귀하다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종현이 꽃을 전해줄 때의 민현을 떠올렸다. 분명 올해 우연히 피었다고 하셨는데.. 생각을 더듬어 보니 말을 할 때 8황자의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부끄러우셨나 보네.

"계십니까?"

때마침 8황자전의 궁녀가 도달했다.

"무슨 일이냐?"
"8황자님께서 이 연고를 종현님께 보내라 이르셨습니다."

궁녀가 말을 마치고는 곱게 싸인 연고를 종현에게 건넸다.

"....감사하다 전해드릴 수 있겠느냐."
"예. 그럼 물러가겠나이다."

진짜 보내주셨네, 연고.

"들어가 바르고 계십시오. 따뜻한 차와 다과를 금방 올리겠습니다."

진상궁이 종현을 방에 두고 차와 다과를 가지러 나갔다.

황제의 길
아름다운 8황자, 민현이 걷는 길

"폐하께 내가 왔다고 고하거라."
"황자 전하, 지금 폐하께선 대신들과 논의를..."

민현이 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8황자, 이게 무슨 추태냐."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상기된 얼굴에, 날카로워진 눈빛을 보고 황제가 할 말을 잃었다. 철이 들고, 한번도 감정적으로 행동한 적 없었던 민현이었기에 심상치 않은 일이라 짐작되었다.

"미안하오. 내일 다시 논의 할 수 있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용히 예를 표하고 나가는 이는 이 나라의 재상 중 한명인 영의정 이정이었다. 민현이 그가 나가는 것을 짧게 바라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이냐."
"오늘이 3황자 형님의 생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연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못 들으셨습니까?"
"못 들었다. 무슨 일이기에?"
"...형님께서 오늘 모든 황자들과 형님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내를 겁탈하려 하셨습니다."
"무어라!"

황제가 분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직감한 그가 차를 내오게 하였다. 잠시 후 차가 나오고, 민현이 차분하게 이를 받아들었다.

"그래서, 사내는 누구더냐."
"...점쟁이의 아들입니다."
"뭐라?!"

황제가 잔을 탁, 놓쳐버렸다.
와장창 -
잔이 산산조각 나 깨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민현은 차분함을 유지 한 채 차를 마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소자가 형님이 겁탈하려 하였다 라고 고하지 않았습니까. 결과적으로는 무사하옵니다."
"하아, 아소 그놈이 기어코... 정말 막 나가는구나. 분명 네가 제지했을 테니 네가 이리 달려왔겠지. 그 아이는 어떠하냐? 괜찮은 게야?"
"많이 놀란 듯 싶었으나, 달래어 처소로 보냈습니다."
"허어, 참.... 이럴때 보면 황제의 재목은 너이거늘."

찻잔을 내려놓던 민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지금, 무슨.."

황제도 당황한 듯 싶었다.

"들었느냐?"
"... 아니오, 못 들었습니다."
"내 잠시 허언을 했구나. 못 들었다니 다행이로다."

입으로는 허언을 했다 하지만, 민현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이 날카로웠다.  민현이 아주 어렸을때, 폐하가 아닌 아버지로 부르던 시절 들은 말이 순간 생각났다.

"민현아, 궐에서는 때로는 제대로 들은 것도 못 들은 체 하고, 제대로 본 것도 못 본 체 해야 할 때가 있단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
"...네가 조금 더 크면 알게 될 것이다. 아비의 말을 잊지 말거라."

민현이 찻잔을 조용히 내려 놓았다.

"제가 형님의 손목을 꺾었습니다. 아마 금이 가거나 골절되었을 테지요. 미리 고할 겸 해서 왔습니다."
"...알겠다. 네가 다친곳은 없을 터이니 딱히 묻지 않겠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 네게 문책하지 않을테니, 맘쓰지 말거라."
"황송하나이다."

순간, 손에 붕대를 감고 3황자가 들이닥쳤다.

"아버님! 민현 이 자식이 감히 제 손목을.. 어라? 너 이 새끼는 왜 여기 와 있는거냐?"

아직도 술기운이 다분했다. 감히 술을 마시고 폐하 앞에 서다니, 정신이 나간 게 분명했다. 3황자 아소가 비틀비틀 민현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민현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소 네 이놈!"

황제의 노여움도 상관 없는 듯 보였다. 3황자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 이 새끼, 니새끼 때문에 부러진 내 손목을 봐! 시발새끼야! 그깟 점쟁이의 아들놈이 뭐라고 내 손목이 이렇게 분질러져야 하는거냐! 그 새끼가 얄상하니 계집마냥 곱게 생긴 것이 잘못이지, 홀린 내가 잘못이냐고! 새끼야, 내 밑에서 한번쯤 우는게 어때서!"

말을 마치려던 3황자가 무언가 알아차린듯 깔깔 웃으며 민현을 바라본다.

"크하하, 설마 독점욕인거냐? 네놈에게는 이미 밑을 대 주었느냐? 그래서 그런거로구나? 하하하! 이제 이해가 되는구나!"
"....반대쪽 손이라도 부지하시려면 그만하시지요."
"호오, 이젠 나를 겁박하는 게냐? 응? 네놈과 그 새끼가 한밤중에 정원에서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이래도 발뺌할 게냐?!"

3황자가 민현의 어깨를 잡고 미친듯이 웃으며 앞뒤로 흔들어댔다.

우두둑 -

"아악! 내 손가락!"

민현이 다시 손을 들어 손가락에 힘을 주어 3황자 아소의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귀에 속삭였다.

"그 입 닥쳐. 그 날은 그 아이가 궁에 처음 온 날이야. 잠이 오지 않아서 산책하다가 내가 실수로 열어둔 정원에 들어간거고. 알려면 제대로 알라고, 미친새끼야."

말을 마친 민현의 눈이 소름돋게 차가웠다. 눈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3황자가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3황자!"
"아,아버님."

이제야 3황자의 눈에 황제가 들어왔다. 분노에 차, 얼음과도 같은 민현과 달리,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마치 불과도 같은 황제를.

"당장 나가거라!"
"송,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저놈이..."
"내 말이 말 같지 않으냐?! 당장 궐 밖으로 나가란 말이다!"
"궐 밖이라니요..?"
"넌 오늘부로 내 아들이 아니다! 네가 어울리는 그 쓰레기같은 양아치 무리들에게 가던, 네 돈으로 집을 사건 내 알바 아니다! 어서 나가거라!"
"폐하, 진정하십시오. 처사가 지나치십니다.."
"어찌 민현이 네가 짐에게 진정하라 하는게냐! 너는 저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은 게야?!"
"아버님, 세간의 눈을 생각하십시오. 황자를 폐위시키다니, 호족들이 무어라 하겠습니까. 자칫 황권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차분히 이후의 일을 예상해 말해오는 민현에 황제가 간신히 진정했다.

"아소 네놈은 처소로 돌아가 꼼짝하지 말거라. 네놈의 그 친구들도 당분간 만나지 말아라!"
"하지만..!"

항의하려던 3황자가 민현의 눈을 보고는 말을 아꼈다.

"알아들었으면 나가거라! 술먹고 황상 앞에 선 죄, 감히 황상 앞에서 언행을 거칠게 한 죄, 그리고 감히 황상 앞에서 멱살을 잡은 죗값은 후에 통보하겠다. 나가거라!"
"...예."

더 있다간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아 3황자가 재빨리 나갔다.

"후우, 그 아이에게는 황실 의원을 보내주거라. 그리고 네가 자주 가 주려무나. 짐이 대신 미안하다고도 전해주고."
"...예, 폐하."

조용히 예를 표하고 나간 민현을 바라보던 황제가 묘한 눈으로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지금 보면 황제감은 틀림없는 민현이다. 자신의 사후, 분명히 벌어질 황위다툼에 벌써 입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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