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GWARTS! 2017. 11. 6. 17:37

HOGWARTS! 9

일주일 후, 아침을 먹던 종현의 앞에 커다란 우편물 꾸러미가 툭 떨어졌다.

"어, 빗자루 벌써 샀어?"
"엥? 내일쯤 사려고 했는데. 뭐지? 내꺼 맞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받는 이의 이름을 찾아보니 틀림없이 "​​​​​​김가의 종현에게" 라 적혀 있었다. 보내는 이의 이름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짝 꾸러미를 들춰보자 은빛 찬란한 무언가가 보였다. 설마, 중얼거리던 종현이 조심스레 포장지를 전부 뜯었다. 이윽고 모습을 보인 것은 날렵하게 빠진 긴 흰 자작나무 몸체에, 은으로 SIVERDART 라고 필기체로 새겨져 있었다. 종현이 포장지를 완전히 뜯는 순간 근처 학생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모두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개중에 고학년들은 실버다트인 것을 알아채고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와, 빗자루 한번 멋지네."
"어? 저거 실버다트 그거 아냐?"
"실버다트?! 그, 엄청나게 비싸다는?"

입을 떡 벌린 채 상황을 지켜보던 민기가 조용히 빗자루를 다시 꾸렸다.

"전교에 굳이 유명인사 될 필요는 없잖아."

그러더니 빗자루 꾸러미를 슬쩍 들어올리고 그 상태로 품에 안고 기숙사로 질주했다. 종현의 황당한 표정이 뒤따랐다.

"뭐야, 저 자식? 쟤 어디가?"

그러더니 손에 들었던 토스트를 내려놓고 종현도 민기의 뒤를 따라 달렸다. 남은 것은 그리핀도르 테이블의 웅성거림과 종현의 먹다 남은 토스트 뿐이었다.



-



"아오, 헉, 힘들어, 죽겠네...!"

암호를 대고 그리핀도르 휴게실에 들어와서야 멈춘 민기를 따라잡느라 체력을 소진한 종현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 종현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친 기색이 없는 민기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휙휙 둘러보았다.

"어디 숨길 곳 없나?"

그러더니 눈을 반짝이고는 남자 기숙사로 뛰어 올라갔다. 종현이 한숨을 푹 쉬고는 따라 올라갔다. 민기가 커튼을 젖혀 빗자루 하나를 딱 숨길만한 공간을 찾아냈다. 빗자루를 넣으니 안성맞춤이었다. 커튼을 치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보였다.

"자, 이제 안심해도... 어라? 이게 왜 여기 있지?"

커튼에 검은 잉크가 묻어 커튼을 다시 젖혀보니 민기의 잃어버린 잉크가 거기 있었다. 민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잉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턱 -

종현이 민기를 제지했다.

"뭐야, 왜."
"이상해."​



민기가 종현을 돌아보았다. 종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숨을 헉헉 댈 때는 언제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와 심각한 얼굴로 잉크를 응시하고 있었다. 머글 태생인 만큼 배경지식이 마법사 집안 아이들보다는 적은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터라, 최근 읽은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엊그제 읽은 <특별한 가문들>이라는 책에서 비아르가에 관한 내용을 읽은 민기가 손을 내렸다.
비아르가는 마법계의 유일무이한 인어 가문이다. •••• ...그들은 인어의 힘을 받아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만약 비아르가의 후손이 진심으로 위험을 경고한다면, 결코 허투로 넘기지 말 것.

"이 잉크.. 잘 봐봐."

종현의 말을 듣고 민기가 다시 한번 잉크를 천천히 살폈다. 분명히 봉인이 되어 있는데, 미세하게 검은 무언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작은 양이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뭐야? 대체 무슨.."

민기의 말은 종현에게 들리지 않았다.
종현은 며칠 전 제 페리스테라이트이 묻어 있던 잉크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봉인이 되어 있는 이상한 잉크, 그렇다면 누가 만졌을 리는 없고. 흘러 나오는 검은 형체, 어머니의 경고, 그리고 자신의 감. 이 모든 것이 뜻하는 건...

"흑마법."
"에? 뭔 마법?"
"흑마법이라고! 빨리, 뛰어! 아무 교수님이나 데려와!"
"내, 내가? 혼자? 너는?"
"잉크병 또 어디로 새나 지켜봐야 할 거 아니야.. 빨리, 뛰라고!"
"어, 어어! 잠깐만 기다려!"

말이 끝난 동시에 민기가 뛰기 시작했다. 기숙사를 나서 조금 뛰다 보니 포터 교수님이 보였다. 민기는 이것 저것 따질 새 없이 포터 교수님을 잡았다.

"교수님, 허억, 그, 그리핀도르, 흑마법 잉크요!"
"응? 알아듣게 이야기해. 무슨 말이야?"

포터 교수님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민기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핀도르에서 이상한 잉크가 있는데, 그 잉크에서 이상한 게 흘러나오고... 하여튼, 종현이가 위험해요!"

누구인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포터 교수님이 그리핀도르 기숙사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뛰는 사이, 그들보다 앞서 뛰어가는 이가 있었다.​


"비밀번호!"

민현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는 사람이라는 것에 안심한 민기가 외쳤다.

"맨드레이크!"

민현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 시점,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잉크병이 작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종현이 지팡이를 꺼내 들고 머릿속으로 제가 아는, 몇 가지 되지 않는 주문들을 떠올렸다. 진동이 심해지자 종현이 눈을 감고 떠오르는 주문을 아무거나 하나 외치려 했다.

"스투페 - "
"프로테고!"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제 손을 저지하고서는 주문을 외쳤다.

"거기서 기절 마법을 쓰면 어떡해, 멍청아!"

민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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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8

"종현! 오늘 나랑 잠깐 연습하자. 시간 괜찮아?"
"네, 그럼요! 몇시에 어디에서 뵐까요?"
"오후 네시에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보자. 퀴디치 경기장 쓰겠다고 후치 부인께 미리 말씀드려 놓았어."
"그럼 그때 뵈요!"

수업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멀어지는 종현을 바라보던 리처드가 피식 웃었다. 안하겠다더니, 퀴디치 규칙 익히고 경기 몇번 보니까 확 달라지는구먼... 올해는 우리도 우승컵 노릴 수 있을까. 종현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던 그가 수업 종이 울리자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본인의 수업 교실로 이동했다.

이후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 4시.
종현은 일찌감찌 휴게실에서 리처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도중에 경기 규칙 복습도 할 겸 도서관에서 빌려온 <퀴디치의 역사>를 읽었다.

"퀴디치의 역사?"

문득 목소리가 들려와 종현이 고개를 들어 누구인지 올려다 보았다. 리처드였다.

"열심히 해서 보기 좋네. 가자."

리처드가 얼굴 한가득 웃음꽃을 피우고 말했다. 약간, 내새끼가 이렇게 열심히 한답니다!! 라고 하는 듯한, 뿌듯함이 담긴 미소였다.

퀴디치 경기장은 종현의 생각보다 작았다.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퀴디치 경기장을 한번 휙 둘러보자 리처드가 물었다.

"왜?"
"아...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작은 것 같아서요."
"다들 그러더라. 대체 얼마나 큰걸 기대한거야? 너무 크면 나는것도 힘들어. 대신, 퀴디치 월드컵은 훨씬 큰 곳에서 하곤 해."
"아, 책에서 봤어요! 진짜 크던데. 그렇게 크진 않더라도 절반 크기는 되는 줄 알았어요..."

종현이 말을 흐리자 리처드가 인상을 살짝 구겼다 폈다.

"이 사람아, 그렇게 크면 너 스니치 어떻게 찾으려구요. 작고 빨라서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렇긴 하네요... 하핫."

리처드가 커다란 상자를 하나 꺼내 왔다.

"규칙은 알지? 오늘은 공을 직접 다뤄볼거야. 상자 열께. 조심해."

"얘가 퀘이플. 나를 포함해서 3명의 추격꾼들이 이 공을 쫓아다니면서 상대편 골대에 넣을거야. 너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는 공이야. 파수꾼 한 명은 우리 팀 골대 앞에서 수비하고 있을거고. 한번 득점할때마다 10점씩이야."

종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갈색에 둥글게 파인 공이 퀘이블, 조용히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 공이 블러저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이지. 이 공의 역할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빗자루에서 떨어뜨리는거야. 몰이꾼 두 명이 잘 쳐 내 줄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항상 조심하는게 좋아."
"맞으면 심하게 다치나요?"
"글쎄. 머리 맞았다는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팔 맞으면 부러지기밖에 더 하겠냐. 팔 부러진거는 병동에서 하루 쉬면 금방 나으니까 괜찮아."

블리저, 조심할것. 종현이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칵 -

"네가 신경써야 하는 공, 골든 스니치."

드디어 스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금으로 칠해진 공.

"스니치를 잡으면 150점 획득과 동시에 게임이 끝나. 스니치를 잡는다고 무조건 이기는거는 아닌 거, 알지? 상대팀이 우리보다 160점 이상 앞서 있으면 스니치 잡아봤자.. 소용없어."

"스니치는 굉장히 빠르고 작아서 잘 안 보일거야. 만약에 경기중에 무언가 반짝거리는게 보였다! 싶으면 그게 스니치야."
"스니치..."

리처드의 손 위에 놓인 스니치를 멍하니 바라보던 종현이 입을 열었다.

"한번... 잡는거 연습해봐도 될까요?"
"그래. 빗자루는?"
"아직 못 샀어요... 오늘은 학교 빗자루 빌려왔어요. 님부스 2000."
"빗자루는... 아니다. 이따가 얘기하고, 일단 그거로 하자."

종현이 빗자루를 타고 땅을 박차고 오르자 리처드가 조심스레 스니치를 날려보냈다. 그리고는 아직 비행술이 불완전한 종현을 반신반의하는 듯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으아..."

스니치를 잡기는 무슨. 종현은 빗자루가 익숙하지 않아 쩔쩔매고 있었다. 간신히 사용법을 대충 익히고는 스니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스니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무언가 반짝 하고 지나간 것이 종현의 눈에 보였다. 종현이 스니치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스니치가 앞에 보여서 손을 뻗었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조심스레 속력을 조금 더 높이고 팔을 한번 더 뻗자 종현의 손에 스니치가 닿았다. 잽싸게 낚아채고 지상으로 착륙했다.

"...대단해. 빗자루 때문에 헤맨 것 치고는 빠른 걸? 10분 36초 걸렸어."
"빠른 편인가요?"
"아마도? 빗자루 감 잡았을 때가 7분쯤 됐을 때니까."
"...하핫."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다시 연습하자."
"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종현은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너무 예민하게 구는 탓일 거라며 머리를 흔들어 애써 찝찝한 느낌을 떨쳐냈다. 리처드가 빗자루에 대한 말을 꺼냈다.

"빗자루는 뭐 살거야?"
"글쎄요, 레바 생각중이에요. 레바 809요."
"괜찮네. 최신모델이고 너한테 잘 맞겠어."
"다음 시합 전까지 사 놓을게요."

그래.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새 그리핀도르 기숙사 입구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암호는?"
"인어의 눈물."
"땡."
"아, 맞아 바꼈지. 내 정신 좀 봐. 음... 맨드레이크?"
"정답."

뚱뚱한 여인이 초상화를 움직여 들어갈 통로를 내 주었다. 인어의 눈물을 듣는 순간 종현은 한동안 잊고있었던 페리스테라이트를 떠올렸다. 필통에 계속 넣어 다니고 있었는데, 잘 있을까 싶었다. 갑자기 불안해진 종현이 바로 남자 기숙사로 뛰어 올라갔다. 가방을 들고 침대 위에 모두 쏟아 필통을 찾았다. 긴장으로 떨리는 손을 한번 꽉 쥐고 필통을 열었다.

"아, 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었다. 펜 형태의 푸른 돌이 보였다.
다만, 달라진 게 한가지 있다면 검은색 잉크가 묻어 있었다. 필통 안에 있는 다른 것들은 묻지 않았는데, 어떻게 정확히 페리스테라이트에만 묻은건지. 조금 수상쩍었지만 종현이 아무 생각 없이 넘겼다. 페리스테라이트가 멀쩡하니 되었다.





"빗자루가 얼마쯤 하지?"
"응?"

나갔다 와서는 제 건너편 소파에 앉아 뜬금없이 빗자루 가격을 묻는 민현을 친구 알폰소 휴버트가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알폰소는 고급스러운 이름에 맞게 정말 귀족적으로 생긴 아이이다. 백금발에 뽀얀 피부, 붉은 입술, 마른 체형, 큰 키와 잘생긴 얼굴. 알폰소가 입을 열었다.

"너 얼마전에 빗자루 샀잖아. 뭐더라, 완전 비싸고 최신모델인 그거."
"내꺼? 실버다트(SilverDart)?"
"어어, 그거. 그게 얼마였는데?"
"그게.... 얼마였더라. 내가 산게 아니라서..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왜?"
"....그게 보통 빗자루 열 배가 넘는 가격이라더라."
"....뭐?"
"..."
"그러면 뭐, 레바 809 이런거는 실버다트 가격의 1/10 도 안된다는 얘기야?"
"그렇지."
"레바가 싼건지, 실버다트가 비싼건지..."

민현의 혼잣말에 알폰소가 울컥하며 옆에 있던 쿠션을 민현에게로 집어던졌다.

"씨발, 돈지랄 좀 하지 마! 둘 다 비싼거야! 니네 집 돈 많은거 자랑하냐?!"

쿠션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민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쿠션을 옆에 내려놓았다.

"먼지나게 왜 집어던지고 난리야. 돈지랄 좀 하면 다 너처럼 싫어하냐?"
"...무슨 뜻이야, 시발놈아."
"내가 실버다트 선물하면 싫어할까? 돈지랄한다고 생각할까?"
"...누구한테?"
"그리핀도르 수색꾼."

민현의 말에 알폰소가 놀라 그대로 굳었다.

"미쳤냐? 우리 기숙사대표도 아니고 하필 그리핀도르 애한테? 너 어디 아파?"
"아니, 나 완전 멀쩡해."
"시발, 미쳤나봐. 너 걔 좋아해?"
"글쎄."

민현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띄웠다.

"이게 좋아하는 걸까. 잘 모르겠어."
"....천하의 황민현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러게.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빗자루를 구매하려 편지를 쓰는 민현을 보며 알폰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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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7

"아흑.."

종현이 다시 일어났을때는 벌써 다섯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깼니?"

종현이 일어나자 한 여인이 종현에게로 다가왔다. 그녀가 종현에게 물약을 주었다.

"..폼푸리 부인이세요?"
"그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병동의 폼푸리 부인이었다.

"제가 왜 여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몇시에요?"
"성격 급하기도 하셔라. 일단 지금은 대략 다섯 시간 지나서 오후 세시 조금 안되었고, 너 비행술 시간에 90도로 수직낙하 해서 오른팔목이 나갔고. 긴장했다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건지,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기절했다가 지금 일어 난 거고. 너 기절해서 네 친구가 여기까지 업어다 줬고. 정신은 어디다가 두고 다니니?"
"...."
"어휴, 정말... 물약이나 먹어. 이거 먹고 두어시간 더 자다 일어나서 저녁 먹으러 가. 팔 금방 붙을거야."

종현이 투명한 액체가 든 잔을 받아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번에 쭉 삼켰다. 수면 유도제가 섞였는지 금방 다시 나른해지며 눈이 감겨왔다.

"저녁 만찬 전에 일어날거야. 푹 자렴."

종현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세시간 뒤였다. 종현이 일어나자 폼푸리 부인이 다가와 내일까지는 손을 조심하라고 일러준 뒤 가도 좋다고 말했다. 종현이 병동의 문을 나서는 순간.

".....네가 왜 여기있어?"
"어? 그... 다쳤잖아, 나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던 황민현이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으니까 신경 꺼."
"팔... 많이 아파?"
"괜찮다고."

민현이 팔을 언급하자 괜시리 욱신거려오는 듯 했다. 종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팔을 잡자 민현이 더욱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런 민현을 종현이 짜증스럽게 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첫 만남때도 무장해제술로 제 지팡이를 뺏어가고는 성분을 모두 분석한 적도 있었다. 잘못 떨어졌으면 더 심하게 다쳤을 수도 있었을거라는 생각에 종현이 순간적으로 욱하며 말을 내뱉었다.

"갈 길 가시라구요 고귀한 황가의 후손분. 왜 그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내 지팡이에 무슨 불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쪽과 엮이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고요. 나 쓰러지기 직전에 내 옆에 있던건 그쪽이었음에도 나 업어다 준건 민기고요. 앞으로 아는 척 하지 마세요."
"아니 저기..."

민현이 당황해서 무언가 말을 하려는 순간 종현이 찬바람을 쌩 일으키며 지나가 버렸다. 민현이 헛웃음을 지었다. 나 참, 저를 업고 뛴 건 그 머글출신 친구가 아니라 나인데. 지팡이는 진짜 실수로 놓친거고.. 민현이 아까 지팡이를 놓친건 정말 실수였다. 왜인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재수없게 굴었던 것 뿐이었다. 이런 본인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는 민현도 마찬가지였다.

"어, 종현아!"

기숙사로 돌아오자 저녁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하던 민기가 반색하며 반겼다.

"괜찮은 거야?"
"어.. 아마도?"
"아마도는 뭐야. 팔은 다 붙은거야?"
"으응."
"아까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빗자루 제대로 타 본적도 없는 애가 급강하를 하질 않나, 땅에 몸을 패대기치질 않나, 그리고는 정신을 잃질 않나.. 니 옆에 있던 걔 때문에 더 놀랐고.. 어휴."
"응? 내 옆에? 황민현?"
"어어. 걔. 걔가 너 쓰러지자마자 업고 뛰었어. 후치부인이 근처에 가기도 전에 너 받쳐들고 달렸다."
"무슨 소리야, 나 업어다 준거 너 아니야?"
"얘가 뭐라니. 황민현인가? 슬리데린 걔라니까."

진짜? 종현의 머릿속으로 아까 민현에게 홧김에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아아... 내가 뭘 한거지..

벌써 몇 번 저녁 만찬을 먹었지만, 호그와트의 만찬은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갖가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 중에서도 후식이 일품이었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고 달콤짭조롬한 후식들이 꽤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종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감자튀김과 함께 나오는 치킨샐러드. 호그와트의 감자튀김은 정말 완벽했다. 얇지만 겉은 바삭 안은 촉촉, 감칠맛에 짠맛과 약간의 단맛이 첨가되어 학교밖에서는 도저히 맛 볼 수 없는 맛이었다. 이틀에 한번꼴로 저녁마다 나오는 감자튀김은 종현을 행복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오늘 저녁에는 종현이 좋아하는 감자튀김이 오리지널, 로즈마리 두 버전으로 나와서 우울했던 종현을 들뜨게 만들기 충분했다. 밥을 배불리 먹고 나오니 민현에 대한 생각이 종현의 머릿속에 다시 맴돌았다.

하지만 다행히 민현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수업시간에는 민현이 시작 직전에 들어와 종이 치자마자 나가버렸고, 복도에서도 마주칠 일이 전혀 없었기에 폭풍전야같이 조용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종현아, 종현아!"
"응?"
"퀴디치 선수 모집한대! 수색꾼 한명! 지원할거지?"
"...엥? 무슨 소리야. 내가 퀴디치에 왜..?"
"이 사람아, 90도 수직하강해서 떨어지는 지팡이 잡고 고작 팔 하나 나갔으면 가능성 충분히 있네요."
"얘가 뭐래냐. 시합 뛸 때마다 팔 부러지라고?"
"아니, 빗자루 잘 타는건 배우면 되는거지."
"...."

종현은 퀴디치 팀에 들어갈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종현! 네가 수직낙하해서 지팡이 잡았다며?"

먼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어오는 퀴디치 주장, 몰이꾼 리처드 루였다.

"...어... 네, 맞긴 한데 전 퀴디치 할 생각이 없 - "

종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처드가 종현의 손을 덥썩 잡았다.

"종현!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이 되어줘!"
"...예?"
"예라고 했다. 너 대답한거야! 고마워 정말!"
"아니 그게 아니-"
"고마워 진짜! 올해는 우리도 우승컵 노려볼 수 있겠다!"
"...."

얼떨결에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이 되어버린 종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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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6

종현이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고, 며칠 후에 어머니의 백조, 실크가 잉크와 편지와 함께 도착했다. 편지 겉면에는 "혼자 조용히 뜯어 볼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민기에게 잉크를 전해 주고는 화장실에 가서 살짝 편지를 뜯어 보았다.

종현에게
종현아, 마법부는 쉬쉬하고 있지만 우리 세계 어딘가에서 어두운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렇지 않으면 포터 같이 유능한 오러를 호그와트에 보낼 리가 없어. 사실 엄마도 네 편지를 받고 확신했단다. 포터가 교수로 갔다는 소문은 꽤 있었지만, 장관님께 여쭤보니 임무 나갔다는 답변밖에 받을 수가 없었어. 포터는 믿을만한 사람이다. 너도 알다시피 웬만한 사태도 다 진압할 수 있는 사람이야. 정신도 조종당하지 않을 테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든 꼭 포터나 교장께 말씀드려라.
. 사실 엄마도 모르는 일이었어. 네 편지를 받고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보니 네 말이 맞더구나. 너에게서 4대 올라가서 계시는 나의 할머니, 너의 조할머니의 동생이 바람을 핀 적이 있다더라. 아이를 낳으신 기록까지 있어. 하지만 이 아이는 어디서 무얼하는지, 이름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 하여튼 그래. 황가의 아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황가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꽤, 높구나. 엄마가 여러 방향으로 조사해 볼게.
. , .. 일이구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머글 잉크를 사서 보낸다. 머글 물건들은 누군가 손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니까. 네 물건중에서도 갑자기 잃어버리는 물건이 생기면 꼭 말해주거라. 머글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대체 구입해서 실크편에 보내마.
네 아버지는 이제 조금 진정이 되셨어. 마법사를 머글학교에 보내려고 하다니, 정신 나간 짓이지. 내가 결혼하기 전에도 말했건만, 참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집에 돌아올 때가 되면 웃는 얼굴로 맞아 주실 거야.
. 아무리 즐거워도 가끔씩 엄마가 생각나면 편지를 써주렴.
사랑을 담아, 엄마가.

편지를 읽은 종현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그냥 짐작으로 별 생각 없이 무슨 일이 있냐 던져본 건데, 의외의 답이 와서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모른다고 하실 줄 알았다. 아니, 아무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무언가 어두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학교에서 공부만 해도 되는 걸까. 무언가 대비를 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쾅쾅쾅 -

"김종현! 뭐하냐? 똥 싸? 변비야?"
"꺼져라.. 아니거든?"
"그럼 뭐해? 빨리 나오기나 하셔."
"예에..."

민기가 밖에서 뭐하냐고 묻는 통에 종현이 밖으로 나왔다.

"아, 미안. 진짜 변비였냐?"
"아니라고!"

종현이 이걸 민기에게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주머니에 슬쩍 편지를  집어넣었다. 어머니의 추측이니까, 공연히 걱정을 끼칠 필요는 없으니.

"다음시간 뭐야?"
"비행술."
"아아.. 맞다. 저번에 지겹도록 이론만 잔뜩 배우고 이번주에 실습한댔지."

민기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종현이 넌 빗자루 샀어?"
"뭐하러. 퀴디치할것도 아닌데."
"하긴..."

비행술 수업도 슬리데린과 함께이다. 첫주에 살펴보니, 변신술, 마법의 역사,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비행술, 천문학, 마법약 이렇게 아홉가지 과목들 중 어둠의 마법 방어술, 비행술, 마법약, 천문학 네 과목이 슬리데린과 함께였다. <호그와트의 역사>를 읽어보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은 항상 라이벌 구도였는데, 왜 이 두 기숙사를 붙여놓은건지 종현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슨.. 선의의 경쟁 하라는것도 아니고. 사실 역사를 조금만 파 봐도 경쟁 수준이 아니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잖아?

"자, 외쳐보세요. UP!"
"UP!"
"UP!"
"UP!"

비행술 담당 교수님인 후치 부인을 따라 UP! 을 외치자 땅에 있던 빗자루가 손으로 슉 들어왔다. 이에 민기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헐, 대박."

신기해하는 민기를 보고 종현이 피식 웃었다. 마법세계는 앞으로 놀랄 일들이 더 많을텐데, 여기서 놀라면.. 허허.

"그럼 이제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땅을 박차는겁니다.  준비됐죠? 자, 하나, 둘, ㅅ- "

후치 부인이 셋을 외치려는 순간 종현과 민현이 한박자 빠르게 땅을 박차고 올라왔다.

"뭐야, 너."
"뭐긴. 그리핀도르다."
"아, 응..."

민현이 종현을 보자마자 당황해서 뭐냐고 물었다. 이에 종현이 그리핀도르라 대답하자 도리어 민현이 더 당황해버렸다. 민현이 빗자루의 고도를 높였다. 후치부인이 아직 셋을 외치지 않아 둘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땅에 발이 붙어있었다.

"거기 슬리데린! 내려와! 그리핀도르, 너도!"
"종현아..!"

민기가 조그맣게 종현에게 어서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걸 보고 민현이 피식 웃었다.

"참, 눈물겨운 우정이네."
"뭐?"
"눈물겹다고, 너랑 쟤."

민현의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그 끝에는 민기가 있다.

"..무슨 뜻이야?"
"별 뜻 없는데."

그냥 비꼰거라고, 기분 나쁘니까. 민현이 뒷말을 조용히 삼켰다.

"쓸데없는 소리좀 하지마. 불쾌하니까. 민기랑 나랑 그냥 친구야."
"와, 그걸 용케도 알아들었네?"
"야."
"왜. 한대 치겠다, 아주?"

민현이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칠 수 있으면?"
"내가 너 곤란하게 하는 게 빠를텐데."

말을 마치자마자 민현이 지팡이를 꺼내 종현의 지팡이를 겨누었다.

"아씨오!"
"뭐하는..!"

종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현의 주머니에서 지팡이가 휙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민현의 손을 스치고는 날아갔다.

"어이쿠, 이런. 내가 아직 잡는데는 익숙하지 않아서. 미안해서 어쩌나?"
"이..."

종현이 잠시 민현을 쏘아보고는 지팡이를 잡기 위해 하강했다.

"...무식한거야, 겁이 없는거야?"

저기 떨어져도 안 부러질텐데, 어디 부러지는건 너일것 같은데. 민현이 급강하하는 종현을 보고는 혀를 찼다.
한편, 종현의 머릿속엔 지팡이를 잡아야 햐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저게 부러지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다른 이들이야 지팡이가 망가지면 아쉽지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지팡이를 사면 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종현은 비아르가이다. 그리고 지팡이 안에는 아리아의 비늘이 주 재료로 들어 있었다. 다시 구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비아르가의 후손은 오직 아리아의 비늘이 들어간 지팡이만을 가질 수 있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팡이를 받아내야 했다. 몸은 고치면 되지만, 지팡이는.. 종현이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안돼, 지금 겨우 이주일 째인데 여기서 내 마법을 끝낼 수 없어.
아래로 - 아래로 -
하강하던 종현이 마침내 손을 뻗어 지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빗자루를 팽개치고 바닥으로 굴렀다. 아슬아슬했다.

"아흐윽...."

팔이 부러진듯 싶었다. 팔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오른팔을 왼팔로 받치고 있어도, 지팡이는 안전하게 종현의 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지팡이를 보고 긴장이 풀린 종현이 힘없이 미소지었다. 멀리서 후치부인이 무어라 외치며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종현의 옆으로 놀란 얼굴의 민현이 착지했다.

"야!"

갑자기 종현의 눈 앞이 아른거렸다.
어지러웠다.

"김종현! 왜 이래! 괜찮아? 정신 좀 차.."

털썩.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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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15. 09:40

HOGWARTS! 5

종현과 민기가 마법의 역사 교실에 도착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가워요, 난 커스버트 빈스 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빈스 교수라고 부르면 됩니다. 책은 다 가져 오셨나요?"
"네에 - "
"책은 넣으세요. 오늘은 호그와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암, 마법의 역사 시간은 더 고역이네. 아니, 이야기는 재밌는데 교수님 목소리가 너무 졸려.."
"동감한다. 다음시간은 좀 나을 듯? 어둠의 방어술이야."
"거긴 또 교실 어디냐."
"대충 눈치 봐서 그리핀도르 1학년생들 따라가자.."

어둠의 방어술 교실은 3층이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착각일까, 슬리데린이 보였다. 슬리데린의 초록색 교복이 헛것인가 싶어 종현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는데, 틀림없는 슬리데린이었다. 뒤를 돌아 살펴보았는데, 황가의 그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교수님이 나오셨는데, ...어라?

"해리 포터?!"
"해리 포터라고?"
"볼드모트를 없앤 그 사람?!"

"반갑습니다. 올해 어둠의 방어술 교수를 맡게 된 해리포터입니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기의 흑마법사 볼드모트 경을 없앤 해리 포터, 더불어 현재는 가장 유능한 오러로 손꼽히는 이. 그가 왜 호그와트 교수로...

"알다시피 - "

포터 교수님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어나갔다.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위즐리 로요. 그에 따라, 모든 학생들은 자신을 방어할 마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장관께서는, 현직 오러인 저를 호그와트 교수로 보내셨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그레인저 아니셨어? 교수님 친구분이라고 아까 역사시간에 들었는데."

민기가 조용히 속삭여왔다.

"맞는데, 위즐리 가랑 결혼하셨잖아."

아하.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은 민기.

"혹시 제 이야기를 모르는 학생이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제게 있어 몇번이고 목숨을 구해준 주문이 뭔지 아는 학생, 있나요?"

뒤쪽에서 기다란 팔이 들렸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무장해제술입니다."

그 아이다.
황가의 그 아이.
뒤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맞아요. 슬리데린? 슬리데린에 5점 주겠습니다. 학생 이름이 뭔가요?"
"...황가의 민현입니다."
"황가.. 로군요."

교수님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였고, 곧 그 표정이 사라졌다.

"올해 저는 이론적인 부분은 조금만 나가고 - "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론적인 부분.. 하하.

"어쨌건 시험을 봐야 하니까요 - 그리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주문을 몇 가지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학년생들이 배울 수 있는 주문이 몇가지 되지 않아요."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오고 나서도 종현은 포터 교수님의 묘한 표정이 계속 걸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신 걸까. 황가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
"...현아!"
"종현아! 떨어지겠어!"

움직이는 계단에서도 생각에 잠겨 걸음을 옮긴 탓에 계단이 움직일 때 발을 내 디뎠다. 종현이 한 발을 밖으로 뻗는 찰나, 민기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먼저 손이 닿은 이가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지, 떨어질 뻔 했잖아."
"어, 어?"
"네 발 밑을 봐."

종현이 정신을 차리고 밑을 보았다. 몇 층을 지나야 바닥이 보였다.

"흐아, 고마...어?"

황가의 아이다.

"...어? 황민현?"
"용케도 내 이름을 기억하네.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 기억해주니 영광인걸?"

비꼬는 듯한 말투에, 하루 종일 계속 마주쳐서 기분이 묘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그러는 너는, 왜 자꾸 마주쳐?"
"처음엔 네가 교실을 잘못 찾아 온 거고, 두번째는 방금 수업 같이 들은 거고. 세번째는 네가 떨어질 뻔 해서 지나가는 길에 잡아준거고. 문제 있어?"

아니, 뭐,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그나저나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나?

"너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어?"

호기심에 민기가 살짝 끼어들었다. 오, 궁금했는데, 민기야 나이스.

"자, 다시 검은색."

순식간에 머리 색이 변했다. 민기가 입을 쩍 벌렸다.

"헐, 대박, 어떻게 한거야?"
"타고 난 거야."

민현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종현에게는 머글출신인 민기를 비꼬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계단이 문에 도달했고, 종현이 민현을 흘겨보며 이야기하였다.

"알았고 잡아준건 고마운데, 일 끝났으면 빨리 가라."
"왜 생명의 은인을 이리 모질게 대하실까."
"생명의 은인은 무슨."

종현이 코웃음쳤다. 여기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기껏해야 병동에 며칠 입원하는거겠지.

"고마우면 나중에 내 목숨 한번 구해줘라."
"내가 구해줄 일이 뭐가 있냐 싶다만 알겠으니까 빨리 가. 뒤에 다 막혔잖아."

이제야 민현이 고개를 드니 뒤에서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학생들이 몇명 보인다. 그들을 보자마자 민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을 먹고 마법약 시간이 끝나니 얼추 2시 30분 쯤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어머니께 편지를 쓸 시간이 남았다. 종현이 민기와 기숙사로 올라갔다. 민기는 피곤했던건지 잠시 자러 갔고, 종현은 홀로 생각에 빠져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엄마께
엄마, 종현이에요. 호그와트에서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호그와트는 기대한것보다 멋진 곳인것 같아요. 올해 마법의 방어술 선생님은 해리 포터 교수님이세요. 네, 엄마가 아시는 그 해리 포터요. 엄마는 알고 계셨죠? 저는 진짜 놀랐어요.
제가 오늘 편지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번째는, 민기의 잉크가 없어요. 짐을 다 풀어서 뒤졌는데도 나오지 않았어요. 민기는 분명히 넣었는데도요.. 참 이상하죠? 그래서 잉크가 새로 하나 필요해요. 저희가 나갈 수가 없으니.. 혹시 엄마가 사서 엄마의 백조, 실크 편에 보내주실 수 없으실까요? 민기의 부모님은 머글이시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오늘 마법의 방어술 수업을 시작할때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셔서 올해부턴 1학년부터 제대로 된 방어술을 배운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황가의 아이를 보시곤 -

잠깐.
아까 민현이 날 보고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라고 -
세상에.
....대체 뭐야, 닉부터 황가까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지네스부터 황 까지.
아아.... 지팡이를 만졌을때 인어의 비늘이라고 했지. 비아르가 인건 그때 알아챘겠네. 친척중에 지팡이 제작자가 있는데 모를리가. 그렇다면 정통 후손이라는건 무슨 말이지? 우리 집안중에 외도나, 바람 펴서 낳은 자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아... 머리 아파라.

종현이 한참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편지를 이어 나갔다.

- 잠시 멈칫하셨는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표정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려움, 놀람, 신기함, 기시감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인 것 같았어요. 금방 표정을 지우셨지만 저는 계속 묘하게 거슬리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비아르가 라는 걸 민기 제외 벌써 두명이나 알고 있어요. 황가의 아이와, 저희 기숙사 반장이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황가의 아이는 이해 했어요. 그 아이가 제 지팡이를 잡은 적 있거든요? 지팡이 제작자 황연께서 그 아이 작은할아버지시래요. 잡자마자 재료를 알았고, 인어의 비늘이 들어간 걸 알았으니 제가 비아르가인 걸 알았겠죠. 그리고... 그 아이가 제게 정통후손이라고 했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가문에서 외도, 비슷한게 있었나요? 그리고 기숙사 반장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름은 닉 코지네스, 제가 비아르가 인건 물론 인어의 눈물까지도 알고 있어요.
벌써 보고싶네요, 엄마. 아빠는 잘 계시죠? 괜찮아요? 아직도 제 학교 문제로 화 많이 나셨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아들 종현 올림.

종현이 편지를 곱게 접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엉이, 블루를 찾아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부엉이장을 찾은 후, 블루의 다리에 편지를 단단히 묶었다. 블루는 흰색 부엉이이다.

"엄마께 전해. 엄마 어디 계신지 알지?"

블루가 커다란 눈으로 종현을 쳐다보더니 알겠다는 의미로 부리로 손을 두어번 톡톡 두드렸다.

"그럼, 다녀와. 답장은 실크 편으로 올 테니까, 전해주고만 와."

종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블루가 날개를 펴고 활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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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9. 09:28

HOGWARTS! 4

아침이 밝았다. 본격적으로 호그와트에서의 하루가 시작이 된 것이다. 다행이도 페리스테라이트는 멀쩡히 목에 잘 걸려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민기와 연회장으로 내려가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풍족한 만찬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불리 배를 채운 뒤, 기숙사 반장인 닉에게서 시간표를 받았다.

"월요일, 변신술, 마법의 역사, 어둠의 마법 방어술, 마법약.."
"첫날부터 빡세네."

민기가 한숨을 푹 쉰 뒤 말했다.

"기숙사 올라가서 3교시까지 가방이나 챙기자. 4교시는 점심 먹고 난 뒤니까... 오전에 왔다갔다 거리기 귀찮잖아."
"그래. 그러자."

"그런데 뭐뭐 챙겨야 하지?"

기숙사로 들어온 뒤 짐가방을 활짝 열어놓고 민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뭐, 일단 교과서들하고 깃털펜, 잉크, 노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첫날이니까. 뭐 딱히 가져오라고 공지한것도 없었고."
"그건 그렇네."

두 소년이 가방에 짐을 챙기는 사이, 시계는 수업 시작 10분 전을 가르키고 있었다.

"민기야! 다 챙겼어?"
"아직! 나 잉크를 어디다가 뒀는지 모르겠어.."
"내꺼 빌려줄게 빨리 가자! 10분전이야!"
"뭐?!"

민기가 시계를 바라보더니 빛의 속도로 늘어져 있던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외쳤다.

"뛰어!"

시간이 3분 남았다.

"아, 그런데 변신술 강의실이 어디지? 분명 2층은 맞는데! "
"헐, 그것도 모르고 뛰어온 거야?"
"아, 몰라! 이렇게 넓을 줄 몰랐지!"

바로 그 때, 익숙한 아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종현이 바로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뭐, 뭐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저기 혹시 그.. 변신술 강의실이 어딘지 알아?"
"변신술?"

민현이 황당한 듯 종현과 뒤에 서 있는 민기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첫 시간 변신술이야?"
"어어..."
"뛰어야겠네. 거기는 4층 한가운데에 있는 교실인데? 움직이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4층 중에서 가장 큰 문 찾으면 돼. 여기는 마법의 역사 교실 근처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래, 종현군, 민기군. 왜 10분이나 늦었는지 이유를 좀 들어 볼까요?"
"저.... 죄송하지만 처음이라 길을 헤맸습니다."
"2층 마법의 역사 교실인 줄 알았습니다.."
"이런이런, 모르고 있었나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휴게실 벽난로 옆에 강의실 위치가 다 붙어 있는걸 보지 못하였나요?"
"네..? 못 보았습니다."
"그런..게 있었나요?"
"휴게실 벽난로 옆에 강의실 지도 본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런, 그럼 다들 어떻게 교실을 찾아 온 거죠?"
"..교수님께 여쭈었습니다."
"선배들한테 물어보았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을 둘러보다 위치 파악했습니다."
"<호그와트의 역사> 책에서 지도가 나와있었어요!"
"다른 기숙사의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지도가 붙어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네요?"
"네에!"
"아이고, 내가 어제 코지네스 군에게 지도를 주고 꼭 붙이라 단단히 일렀건만... 알겠습니다. 오늘은 지각을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다음부터는 한명 지각할때마다 5점 감점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종현군, 민기군,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하던 수업을 마저 하죠. 변신술이란, ..."

"하암, 진짜 첫 시간부터 피곤해 죽겠네. 맥고나걸 교수님도 참 대단하셔. 교장에다, 변신술 강의까지 하시고, 아까 말씀하시던거 보니까 반장들한테 나눠주는거 일일히 다 하시는 모양이던데.."

민기가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2교시가..."
"마법의 역사. 아까 거기."
"그래. 그리핀도르 탑 얼마 안 머니까 너 잉크만 찾아서 가자."
"그래."

"그런데 나 진짜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어."

민기가 가방을 뒤지다가 투덜댔다. 잉크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무슨 색인데?"

종현이 옆으로 와 쭈그려 앉으며 물었다.

"검은색. 딱히 다른 색은 안 쓸 것 같아서 검은색만 샀었거든."

가방의 모든 소지품을 꺼내도 보이지 않자 민기가 한숨을 푹 쉬며 종현을 쳐다본다.

"친구야, 부탁 좀 하자."
"응?"
"우리 부모님은 머글이시잖아. 너 어머니한테 부엉이 보내서 잉크 구입좀 부탁드리면 안될까?"
"어, 뭐 안될건 없지. 오늘은 일단 내꺼 써. 가자."
"그래."

그들이 그리핀도르 기숙사 밖을 나가자, 어디서 불어 온 건지 모를 바람에 날려 커튼 사이로 소름돋게 새까만 잉크병이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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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5. 15:29

HOGWARTS! 3

연회장에서 밥을 배불리 먹고 난 후,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말씀하셨다.

"거의 다 먹은 것 같네요. 이쯤에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금지된 숲에는 들어가면 안됩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라던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교수님과 함께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생이 혼자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취침시간은 10시입니다. 기숙사 내에서 잠이 오지않아 휴게실에 나와 있거나, 따로 공부를 하는 것까지 그만두라 강요할 수는 없으나 기숙사 밖으로 나오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셋째, 호그와트에는 점수가 있습니다. 각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실때마다 점수칸에서 보석이 늘거나 줄어들 것이고, 연말에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기숙사가 영예로운 우승컵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럼 이상, 반장들은 신입생들을 기숙사로 잘 데려 가세요. 호그와트의 첫날밤을 즐겁게 보내기 바랍니다."

"그리핀도르는 여기로!"

그리핀도르 학생들에게 외치며 앞으로 나가는 닉.

"여기는 움직이는 계단인데, 움직여서 타이밍 잘 보고 이동해야 합니다."

"여기가 우리 기숙사 입구입니다. 여기, 이 초상화 속 여인분께 암호를 말하고 들어가면 되고요, 암호는 한달 주기로 바뀝니다. 이번 달 암호는..."

닉이 잠시 종현을 바라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인어의 눈물> 입니다. 우연찮게 누구와 관련이 되었네요."

인어의 눈물을 듣는 순간 종현이 움찔했다. 자신이 비아르가의 후손이어서 인어라는 말을 듣고 움찔한 것도 했는데, 인어의 눈물은 비아르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인 페리스테라이트의 별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페리스테라이트는 보석의 종류 중 하나로, 오직 비아르가의 후손만이 가지고 있으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데, 신기하게도 이들은 항상 일정량 손에 쥐고 태어난다. 이들이 페리스테라이트를 항상 들고 다니면 악운이 물러가고 열이 올랐던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대체...뭘 얼마나 알고 있는거야.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종현이 입술을 깨문다. 페리스테라이트는 비아르가의 후손이 마음대로 모양을 변형할 수 있지만, 몇몇 다른 가문에서는 이를 탐내기 일쑤다. 가엾게도,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이것 역시 지팡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있어야 효력이 발동한다.

기숙사로 들어오니 아늑한 휴게실이 보인다.

"벽난로를 등지고 서서, 왼쪽은 남자 기숙사, 오른쪽은 여자 기숙사 입니다. 짐은 다 놓여 있을겁니다. 그리핀도르에 온 걸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남자 기숙사로 올라가니 짐이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종현은 창가쪽 침대였고, 민기는 바로 그 옆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서 피곤했던 건지 민기가 먼저 침대에 누워 잘 자라고 말한 뒤 잠에 빠졌다. 종현이 주위를 둘러보니 닉과 자신, 그리고 두어명을 빼고는 거의 다 잠에 들어있다. 종현도 자려고 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뭔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원형 그대로 동그란 원석 형태의 페리스테라이트를 목걸이 형태로 바꾸어 목에 걸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까. 잘 지낼 수 있을까. 수업은 재미있을까. 교수님들은 어떤 분들이실까. 마법은 잘 쓸 수 있을까. 친구는 잘 만들 수 있을..까...

종현이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잠에 들었다. 한편, 여러 생각이 뒤엉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또 있다.

"하아..."

민현이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복잡하고 아파왔다. 인어의 비늘이 들어 간 지팡이를 손에 쥘 때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1년 전, "비아르의 조개" 가 떠밀려 왔을 때부터. 그의 작은할아버지 황연이 미리 말씀해주셨다. 비아르가의 정통 후손이 지팡이를 제작할 때가 되었다고. 비아르의 조개는 민현이 태어나던 날에도 바닷가에 떠밀려 왔었다. 그저 정통이 아니기에, 비늘과 진주가 아니라 푸른색 머리카락 한 가닥이 조개에 담겨 떠 밀려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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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3. 00:32

HOGWARTS! 2


"흠....어디에 넣어야하지. 어머니는 그리핀도르 출신인데 너는 래빈클로의 두뇌를 가졌구나. 용기도 있어. 게다가 슬리데린에 넣어도 손색없다. 혼혈이지만 마녀인 어머니의 가문이 매우 고귀해. 비아르 가문이라니. 어머니가 실비아 비아르가 맞니?"
. 종현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렵군. 사실 비아르가문의 후예라면 슬리데린에 들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어."
제발 슬리데린만은...
"싫다고? 그래, 네 선택을 존중해 주마. 슬리데린에서도 충분히 잘 했을텐데 아쉽구나. 그렇다면... 그리핀도르!"

종현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 모자를 벗어 내려놓고는 기쁘게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총총 걸어갔다. 그 와중에, 황가의 아이와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고 이번에는 그 아이가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재학생들과 인사를 하다가, 문득 등을 돌려 아직 꽤 긴 신입생들을 보니 종현을 바라보는 민기가 있다. 종현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꼭 그리핀도르로 와.
민기가 알겠다고 웃어보이자, 곧바로 민기의 이름이 불린다. 민기가 긴장이 되었는지 종현이 그랬던 것 처럼 주먹을 꼭 쥐고, 입을 꽉 다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종현의 걱정과는 달리 모자가 민기의 머리에 닿는 순간 외쳤다.

"그리핀도르!"

민기가 모자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으며 종현에게 뛰어왔다. 이에 종현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민기를 끌어안았다. 두 소년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다.

"나 참, 무슨 몇년만에 만난 사이 같네. 호들갑들은."
"아, 저희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거든요."

괜시리 머쓱해진 종현이 변명을 한다.

"알겠고, 일단 앉아. 서서 뭐해?"
"아, 네!"

민기와 종현이 자리를 잡고 앉자 그가 다시 말을 걸어온다.

"순수? 혼혈? 머글? 난 혼혈이고 이름은 닉 코지네스. 아버지가 마법사고, 코지네스 가문이야. 마법부에서 일하셔."
"전 혼혈이에요. 어머니가 마녀고, 마찬가지로 마법부에서 일하시는데 정확히 무슨 일 하시는지는 몰라요. 어머니 가문은...."

종현이 머뭇대다 말한다.

"...비아르 가문이세요. 제 이름은 김종현이에요."
"...비아르? 내가 아는 그 비아르?"

닉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네가 바다의 여왕이었던 초대 인어 아리아의 후손이라고?"

민기가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아, 하며 이해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팡이를 살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지팡이가 네게 맞는다니 놀랍구나. 필시 너는 비아르 가문의 후손일 터. 어머니 성함이 실비아 비아르 맞으시니? (네-) 역시. 바다의 여왕, 아리아 비아르의 후손만이 인어의 비늘이 재료로 들어간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단다. 알고 있었니? 그리고 이 지팡이는 남들이 빼앗아도 아무 소용이 없어. 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 작대기와 다를 바가 없지. 거기 네 지팡이에 들어간 비닐도 아리아 비아르의 것이야. 수 세기 동안 내려져 오고 있지. 그 비닐들은 비아르가의 후손이 지팡이를 제작할 때가 되었을 때 조개에 담겨 진주와 같이 바닷가로 떠밀려 온단다. 지팡이에 자그마한 흰색 인어가 보이지? 그래. 그 진주 가루로 붙인거야. 1년 전쯤 오랫만에 비닐이 떠밀려 와 새 비아르가의 후손이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살며시 기분이 묘해지는 민기이다. 내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존재라니. 나 머글출신인데, 이 학교에서 괜찮겠지?

"....와우. 올해 진짜 스펙타클하네. 슬리데린의 황가, 그리핀도르의 비아르가."

연신 감탄을 하던 닉은 이내 민기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너는?"
"저는 머글출신 최민기에요."
"얘, 마법사인거 알았을 때가 작년인데 작년에 생일날 케이크 녹였다가 순식간에 원상복귀 시켰어요!"
"참, 너도 신기한 케이스네. 머글출신들이 잠깐 날았다, 뭐 꽃잎을 오무렸다가 폈다, 유리창을 없앴다 이런건 들어봤는데 녹였다가 복귀시키는건 처음 들어본다."

닉이 신기한듯 종현과 민기를 쳐다보다 이내 손을 한쪽씩 내민다.

"어쨌거나, 잘 부탁해. 올해 기숙사 남자반장이 나거든."

악수를 끝마치자 마자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입생 기숙사 배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자, 그럼 이제 먹고, 마시고, 즐길 시간입니다."

짝-

맥고나걸 교수가 박수를 침과 동시에 비어있던 테이블에 먹음직스럽고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 찼다.

"즐거운 식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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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2. 00:19

HOGWARTS! 1

"헐, 와, 황가라니."
"응? 황가?"

부모님이 두분 다 머글이신 민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종현이에게 물었다.

"어, 황연이라고, 그 할아버지 있잖아. 우리 지팡이 사러 갔을때 맞아 주신 분."
"아아, 그분? 그분이 황가셔?"
"어. 그리고 황가는 이쪽 세계에서 재력도 있고.... 마법부 고위직 사람들도 여럿 배출했을걸?"

종현이 동의를 구하듯 민현을 돌아보자 미소를 지으며 민현이 입을 연다.

"잘 알고있네. 아버지가 마법부 차관이셔. 삼촌이 재판부에 계시고, 형은 이번에 신참. 너는 부모님이 무슨 일 하셔? 굉장히 자세히 알고 있는걸 보면 마법부이실것 같아서."
"나는 혼혈이고, 어머니쪽이 마녀. 어머니가 마법부에서 일하시긴 하는데 자세히는 몰라."
"아아, 혼혈? 너 이름이..?"
"김종현. 얜 머글출신 최민기."
"머글출신? 아, 그렇구나."

왠지 눈 속에 경멸이 살짝 보인 것은 종현의 기분탓이었을까.

"자, 그럼 여기 네 지팡이. 그리고 이건 아까 마법 보여준 댓가. 불만 없지?"

민현이 개구리 초콜릿 하나를 들어보이더니 이내 품에 넣고 사라진다.

".....민기야."
"어?"
"너도 봤어?"
"뭐를?"
"...아니다. 근데 황가는 몇백년전부터 대대로 슬리데린 집안이야. 흔히들 말하는 순수혈통, 고귀한 집안."
"그런 게 어디있어. 사람은 다 귀한거지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안 귀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복도쪽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무언가를 부산스레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도착할 때 거의 다 되어 가나보네. 우리도 슬슬 옷 갈아입자."
"그래."

덜커덩 -

"신입생들은 이쪽으로! 신입생들은 이쪽으로! 날 따라와요!"

저 멀리 신입생들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보인다. 아마도 해그리드겠지, 생각하는 종현이다. 호그와트에 오기 전 미리 정보를 얻고자 접한 <호그와트의 역사>에는 호그와트의 구조와 역사는 물론 현재 재직중이신 교수님들까지 자세히 나와있었다. 교장이신 맥고나걸 교수님, 마법의 역사에 빈스 교수님, 교감에 스프라우트 교수님, 약초학에 롱바텀 교수님, 마법에 플리트윅 교수님, 마법약에 슬러그혼 교수님, 그리고 그 외 많은 분들. 종현은 원래 머리가 똑똑한데다가 도움이 될까 싶어 입학하기 전까지 <호그와트의 역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덕분에 호그와트 창립 초기의 4개의 기숙사 설립자들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흑마법사 볼드몰트의 몰락에 이르는 부분까지 거의 통달하였다. 이를 두고 민기는 종현에게 마법의 역사 시간에 네가 100점을 맞지 않으면 사기라고 할 정도라고 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교장 미네르바 맥고나걸입니다. 제 소개는 생략하겠어요. 그럼 이제 기숙사 배정을 시작합니다. 이름이 불리면 신입생들은 한명씩 나와서 의자에 앉으면 됩니다."
"클레어 페롤!"
"래빈클로!"
"퍼민 와이즐!"
"그리핀도르!"
"민현 황!"
"황가면 말할것도 없지. 슬-리데린!"
"황가?"
"황가래!"
"황가라고? 세상에.. 내가 황가의 후손과 동기라니."

민현의 이름이 불리자 술렁대는 연회장. 종현이 민현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고, 종현이 불에 데인 듯 재빨리 시선을 돌려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민현이 귀엽다는 듯 살짝 웃고 만다.

한편 종현이 미리 읽으라고 했던 <호그와트의 역사>를 미리 읽지 않아 자신이 어느 기숙사에 배정될까 불안에 떨던 민기가 종현에게 말을 걸었다.
"야야 김종현, 기숙사 4개잖아 각각 특징이 뭐야??"
"그리핀도르는 용맹한 자들이 모이는 곳.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래빈클로는 똑똑한 자들. 후플후프는 누구나 다 받아들이고, 슬리데린은... 순수혈통만. 대표적인 사람들은...."

종현이 숨을 훅 들이마시고 다시 이야기했다.

"흑마법사 볼드모트,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 사이 종현의 이름이 불렸다.
"종현 김!"
"그럼.... 그리핀도르에서 꼭 다시 보자."

말을 마치고 종현이 주먹을 꽉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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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7. 30. 19:43

HOGWARTS! 프롤로그

덜커덩 -

"과자나 젤리 팔아요! 과자나 젤리 팔아요!"

드르륵 -

"여기 개구리 초콜릿 세 개랑, 온갖 맛이 나는 젤리 두개 주세요."

값을 지불하고 다시 기차칸으로 들어와 털썩 의자에 주저 앉으며 친구에게 초콜릿과 젤리를 하나씩 건네는 한 소년이 있다.

"야, 초콜릿 많이 먹으면 살찐다!"
"그냥, 좀 먹으면 어때. 기분이 꿀꿀해서 그래."
"부모님 때문에 그래?"
"하아, 모르겠다 정말."
"이미 호그와트행 열차인데 아버지가 뭘 어쩌시겠어."
"글쎄, 겨울방학까지 학교에 있다고 쳐도 여름방학땐 돌아가야 하잖아.."
"뭘 벌써 걱정해. 여름방학까지 9달이나 남았는걸?"
"그런가."
"일단 먹어라. 녹겠다."
"그래."

찌익 -

"어, 덤블도어 교수님이다!"
"헐, 나 한번 보자."

개구리 초콜릿 속 카드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보이자 흥분하는 두 소년.

"아, 봤으면 좀 줘! 나 아직 못봤어!"
"잠깐만! 조금만!"
"뭘 조금만, 이자식아."
"아, 아, 종현아, 잠깐만!"
"최민기 너꺼나 뜯어봐."

그 두 소년의 이름은 김종현과 최민기였다.

"그나저나, 너 주문 연습은 조금 해 봤어 종현아?"
"해보긴 해 봤지. 근데 잘 안되더라.."
"올, 무슨 주문인데?"
"무장해제. 그냥.... 가장 일반적인 방어술 있잖아."
"아아, 엑스.. 무슨 스? 이름 어렵던데."

인상을 찌푸리며 주문을 기억하려 애쓰는 민기.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iarmus)!"

잠잠하다.

"뭐야, 아무일도 안 일어나잖아."
"거봐, 잘 안된다니깐. 기대했냐?"

순간 기차칸의 문이 덜컹 열리고 주문이 날아온다.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iarmus)!"

종현의 지팡이가 휙 날아가고 그 지팡이를 낚아채는 한 소년이 있다.

"Holly, 32센치, 인어의 비늘?"
"서양호랑이 가시나무..? 길이랑 재료까지.. 어,어떻게..."
"난 황가거든. 우리 작은 할아버지가 지팡이 장인 황연이시지."
"설마, 그럼 네가 그..?!"
"맞아. 황민현이야."

그 소년의 이름은 황민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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