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GWARTS! 2017. 8. 15. 09:40

HOGWARTS! 5

종현과 민기가 마법의 역사 교실에 도착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가워요, 난 커스버트 빈스 입니다. 여러분은 나를 빈스 교수라고 부르면 됩니다. 책은 다 가져 오셨나요?"
"네에 - "
"책은 넣으세요. 오늘은 호그와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암, 마법의 역사 시간은 더 고역이네. 아니, 이야기는 재밌는데 교수님 목소리가 너무 졸려.."
"동감한다. 다음시간은 좀 나을 듯? 어둠의 방어술이야."
"거긴 또 교실 어디냐."
"대충 눈치 봐서 그리핀도르 1학년생들 따라가자.."

어둠의 방어술 교실은 3층이었다. 수업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착각일까, 슬리데린이 보였다. 슬리데린의 초록색 교복이 헛것인가 싶어 종현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는데, 틀림없는 슬리데린이었다. 뒤를 돌아 살펴보았는데, 황가의 그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교수님이 나오셨는데, ...어라?

"해리 포터?!"
"해리 포터라고?"
"볼드모트를 없앤 그 사람?!"

"반갑습니다. 올해 어둠의 방어술 교수를 맡게 된 해리포터입니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기의 흑마법사 볼드모트 경을 없앤 해리 포터, 더불어 현재는 가장 유능한 오러로 손꼽히는 이. 그가 왜 호그와트 교수로...

"알다시피 - "

포터 교수님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이어나갔다.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었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위즐리 로요. 그에 따라, 모든 학생들은 자신을 방어할 마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장관께서는, 현직 오러인 저를 호그와트 교수로 보내셨습니다."

"헤르미온느 진 그레인저 아니셨어? 교수님 친구분이라고 아까 역사시간에 들었는데."

민기가 조용히 속삭여왔다.

"맞는데, 위즐리 가랑 결혼하셨잖아."

아하.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은 민기.

"혹시 제 이야기를 모르는 학생이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제게 있어 몇번이고 목숨을 구해준 주문이 뭔지 아는 학생, 있나요?"

뒤쪽에서 기다란 팔이 들렸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무장해제술입니다."

그 아이다.
황가의 그 아이.
뒤쪽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나 보다.

"맞아요. 슬리데린? 슬리데린에 5점 주겠습니다. 학생 이름이 뭔가요?"
"...황가의 민현입니다."
"황가.. 로군요."

교수님이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였고, 곧 그 표정이 사라졌다.

"올해 저는 이론적인 부분은 조금만 나가고 - "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론적인 부분.. 하하.

"어쨌건 시험을 봐야 하니까요 - 그리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주문을 몇 가지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학년생들이 배울 수 있는 주문이 몇가지 되지 않아요."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오고 나서도 종현은 포터 교수님의 묘한 표정이 계속 걸렸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신 걸까. 황가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
"...현아!"
"종현아! 떨어지겠어!"

움직이는 계단에서도 생각에 잠겨 걸음을 옮긴 탓에 계단이 움직일 때 발을 내 디뎠다. 종현이 한 발을 밖으로 뻗는 찰나, 민기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먼저 손이 닿은 이가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지, 떨어질 뻔 했잖아."
"어, 어?"
"네 발 밑을 봐."

종현이 정신을 차리고 밑을 보았다. 몇 층을 지나야 바닥이 보였다.

"흐아, 고마...어?"

황가의 아이다.

"...어? 황민현?"
"용케도 내 이름을 기억하네.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 기억해주니 영광인걸?"

비꼬는 듯한 말투에, 하루 종일 계속 마주쳐서 기분이 묘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그러는 너는, 왜 자꾸 마주쳐?"
"처음엔 네가 교실을 잘못 찾아 온 거고, 두번째는 방금 수업 같이 들은 거고. 세번째는 네가 떨어질 뻔 해서 지나가는 길에 잡아준거고. 문제 있어?"

아니, 뭐,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그나저나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나?

"너 아까 머리 검은색 아니었어?"

호기심에 민기가 살짝 끼어들었다. 오, 궁금했는데, 민기야 나이스.

"자, 다시 검은색."

순식간에 머리 색이 변했다. 민기가 입을 쩍 벌렸다.

"헐, 대박, 어떻게 한거야?"
"타고 난 거야."

민현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했지만 그 말을 들은 종현에게는 머글출신인 민기를 비꼬는 것처럼 불쾌하게 느껴졌다. 때마침 계단이 문에 도달했고, 종현이 민현을 흘겨보며 이야기하였다.

"알았고 잡아준건 고마운데, 일 끝났으면 빨리 가라."
"왜 생명의 은인을 이리 모질게 대하실까."
"생명의 은인은 무슨."

종현이 코웃음쳤다. 여기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기껏해야 병동에 며칠 입원하는거겠지.

"고마우면 나중에 내 목숨 한번 구해줘라."
"내가 구해줄 일이 뭐가 있냐 싶다만 알겠으니까 빨리 가. 뒤에 다 막혔잖아."

이제야 민현이 고개를 드니 뒤에서 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학생들이 몇명 보인다. 그들을 보자마자 민현이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을 먹고 마법약 시간이 끝나니 얼추 2시 30분 쯤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어머니께 편지를 쓸 시간이 남았다. 종현이 민기와 기숙사로 올라갔다. 민기는 피곤했던건지 잠시 자러 갔고, 종현은 홀로 생각에 빠져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엄마께
엄마, 종현이에요. 호그와트에서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호그와트는 기대한것보다 멋진 곳인것 같아요. 올해 마법의 방어술 선생님은 해리 포터 교수님이세요. 네, 엄마가 아시는 그 해리 포터요. 엄마는 알고 계셨죠? 저는 진짜 놀랐어요.
제가 오늘 편지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번째는, 민기의 잉크가 없어요. 짐을 다 풀어서 뒤졌는데도 나오지 않았어요. 민기는 분명히 넣었는데도요.. 참 이상하죠? 그래서 잉크가 새로 하나 필요해요. 저희가 나갈 수가 없으니.. 혹시 엄마가 사서 엄마의 백조, 실크 편에 보내주실 수 없으실까요? 민기의 부모님은 머글이시니...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오늘 마법의 방어술 수업을 시작할때 올해 마법부 장관이 바뀌셔서 올해부턴 1학년부터 제대로 된 방어술을 배운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황가의 아이를 보시곤 -

잠깐.
아까 민현이 날 보고 비아르가 정통 후손이라고 -
세상에.
....대체 뭐야, 닉부터 황가까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지네스부터 황 까지.
아아.... 지팡이를 만졌을때 인어의 비늘이라고 했지. 비아르가 인건 그때 알아챘겠네. 친척중에 지팡이 제작자가 있는데 모를리가. 그렇다면 정통 후손이라는건 무슨 말이지? 우리 집안중에 외도나, 바람 펴서 낳은 자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아... 머리 아파라.

종현이 한참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편지를 이어 나갔다.

- 잠시 멈칫하셨는데, 순간적으로 떠오른 표정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려움, 놀람, 신기함, 기시감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인 것 같았어요. 금방 표정을 지우셨지만 저는 계속 묘하게 거슬리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비아르가 라는 걸 민기 제외 벌써 두명이나 알고 있어요. 황가의 아이와, 저희 기숙사 반장이요. 어떻게 알게 된 건지 황가의 아이는 이해 했어요. 그 아이가 제 지팡이를 잡은 적 있거든요? 지팡이 제작자 황연께서 그 아이 작은할아버지시래요. 잡자마자 재료를 알았고, 인어의 비늘이 들어간 걸 알았으니 제가 비아르가인 걸 알았겠죠. 그리고... 그 아이가 제게 정통후손이라고 했어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가문에서 외도, 비슷한게 있었나요? 그리고 기숙사 반장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름은 닉 코지네스, 제가 비아르가 인건 물론 인어의 눈물까지도 알고 있어요.
벌써 보고싶네요, 엄마. 아빠는 잘 계시죠? 괜찮아요? 아직도 제 학교 문제로 화 많이 나셨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아들 종현 올림.

종현이 편지를 곱게 접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엉이, 블루를 찾아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부엉이장을 찾은 후, 블루의 다리에 편지를 단단히 묶었다. 블루는 흰색 부엉이이다.

"엄마께 전해. 엄마 어디 계신지 알지?"

블루가 커다란 눈으로 종현을 쳐다보더니 알겠다는 의미로 부리로 손을 두어번 톡톡 두드렸다.

"그럼, 다녀와. 답장은 실크 편으로 올 테니까, 전해주고만 와."

종현이 말을 마치자마자 블루가 날개를 펴고 활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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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2017. 8. 14. 00:14

황제의 길 4

"종현님! 어디계셨습니까! 괜찮으신겝니까!"

처소로 돌아오니 이미 연각에서의 일이 전해진 듯 놀람으로 상기된 얼굴으로 종현을 맞아주는 진상궁이다. 종현의 눈기젖은 눈을 보자마자 도리어 진상궁이 울 것 같았다. 그녀가 종현의 몸을 이리 저리 살피며 옷이 찢어진 곳은 없는지, 다친곳은 없는지 살폈다. 그녀가 낮은 한숨을 쉬며 다행이라 말하려 종현의 손목을 잡았다.

"아..!"

손목이 잡히는 순간 종현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가 아차 하고 입을 재빨리 다물었다. 순간 진상궁의 눈매가 매서워지더니 종현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새파랗게 멍이 든 손목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이제야 종현이 들고 있는 붉은 꽃으로 눈을 돌렸다. 손목과 꽃을 번갈아 보던 진상궁이 곧 이해한듯 아, 하는 탄성을 터트렸다.

"..8황자 전하시군요."
"어떻게..."
"궐 안에서 이리도 어여쁜 꽃을 가꾸는 곳은 8황자 전하의 정원밖에 없으니까요."

이제야 진상궁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군자란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니요."
"<고귀>라는 꽃말을 담고 있습니다. 본래 봄에 피는 꽃인데, 8황자께서 공들여 날씨에 관계없이 피는 꽃들 중 하나입니다."
"고귀... 라구요."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 그래도 나를 고귀하다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종현이 꽃을 전해줄 때의 민현을 떠올렸다. 분명 올해 우연히 피었다고 하셨는데.. 생각을 더듬어 보니 말을 할 때 8황자의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부끄러우셨나 보네.

"계십니까?"

때마침 8황자전의 궁녀가 도달했다.

"무슨 일이냐?"
"8황자님께서 이 연고를 종현님께 보내라 이르셨습니다."

궁녀가 말을 마치고는 곱게 싸인 연고를 종현에게 건넸다.

"....감사하다 전해드릴 수 있겠느냐."
"예. 그럼 물러가겠나이다."

진짜 보내주셨네, 연고.

"들어가 바르고 계십시오. 따뜻한 차와 다과를 금방 올리겠습니다."

진상궁이 종현을 방에 두고 차와 다과를 가지러 나갔다.

황제의 길
아름다운 8황자, 민현이 걷는 길

"폐하께 내가 왔다고 고하거라."
"황자 전하, 지금 폐하께선 대신들과 논의를..."

민현이 상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수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8황자, 이게 무슨 추태냐."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상기된 얼굴에, 날카로워진 눈빛을 보고 황제가 할 말을 잃었다. 철이 들고, 한번도 감정적으로 행동한 적 없었던 민현이었기에 심상치 않은 일이라 짐작되었다.

"미안하오. 내일 다시 논의 할 수 있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용히 예를 표하고 나가는 이는 이 나라의 재상 중 한명인 영의정 이정이었다. 민현이 그가 나가는 것을 짧게 바라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일이냐."
"오늘이 3황자 형님의 생신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연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못 들으셨습니까?"
"못 들었다. 무슨 일이기에?"
"...형님께서 오늘 모든 황자들과 형님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내를 겁탈하려 하셨습니다."
"무어라!"

황제가 분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직감한 그가 차를 내오게 하였다. 잠시 후 차가 나오고, 민현이 차분하게 이를 받아들었다.

"그래서, 사내는 누구더냐."
"...점쟁이의 아들입니다."
"뭐라?!"

황제가 잔을 탁, 놓쳐버렸다.
와장창 -
잔이 산산조각 나 깨져버렸다.
그 와중에도 민현은 차분함을 유지 한 채 차를 마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소자가 형님이 겁탈하려 하였다 라고 고하지 않았습니까. 결과적으로는 무사하옵니다."
"하아, 아소 그놈이 기어코... 정말 막 나가는구나. 분명 네가 제지했을 테니 네가 이리 달려왔겠지. 그 아이는 어떠하냐? 괜찮은 게야?"
"많이 놀란 듯 싶었으나, 달래어 처소로 보냈습니다."
"허어, 참.... 이럴때 보면 황제의 재목은 너이거늘."

찻잔을 내려놓던 민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지금, 무슨.."

황제도 당황한 듯 싶었다.

"들었느냐?"
"... 아니오, 못 들었습니다."
"내 잠시 허언을 했구나. 못 들었다니 다행이로다."

입으로는 허언을 했다 하지만, 민현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이 날카로웠다.  민현이 아주 어렸을때, 폐하가 아닌 아버지로 부르던 시절 들은 말이 순간 생각났다.

"민현아, 궐에서는 때로는 제대로 들은 것도 못 들은 체 하고, 제대로 본 것도 못 본 체 해야 할 때가 있단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
"...네가 조금 더 크면 알게 될 것이다. 아비의 말을 잊지 말거라."

민현이 찻잔을 조용히 내려 놓았다.

"제가 형님의 손목을 꺾었습니다. 아마 금이 가거나 골절되었을 테지요. 미리 고할 겸 해서 왔습니다."
"...알겠다. 네가 다친곳은 없을 터이니 딱히 묻지 않겠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 네게 문책하지 않을테니, 맘쓰지 말거라."
"황송하나이다."

순간, 손에 붕대를 감고 3황자가 들이닥쳤다.

"아버님! 민현 이 자식이 감히 제 손목을.. 어라? 너 이 새끼는 왜 여기 와 있는거냐?"

아직도 술기운이 다분했다. 감히 술을 마시고 폐하 앞에 서다니, 정신이 나간 게 분명했다. 3황자 아소가 비틀비틀 민현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민현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소 네 이놈!"

황제의 노여움도 상관 없는 듯 보였다. 3황자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 이 새끼, 니새끼 때문에 부러진 내 손목을 봐! 시발새끼야! 그깟 점쟁이의 아들놈이 뭐라고 내 손목이 이렇게 분질러져야 하는거냐! 그 새끼가 얄상하니 계집마냥 곱게 생긴 것이 잘못이지, 홀린 내가 잘못이냐고! 새끼야, 내 밑에서 한번쯤 우는게 어때서!"

말을 마치려던 3황자가 무언가 알아차린듯 깔깔 웃으며 민현을 바라본다.

"크하하, 설마 독점욕인거냐? 네놈에게는 이미 밑을 대 주었느냐? 그래서 그런거로구나? 하하하! 이제 이해가 되는구나!"
"....반대쪽 손이라도 부지하시려면 그만하시지요."
"호오, 이젠 나를 겁박하는 게냐? 응? 네놈과 그 새끼가 한밤중에 정원에서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이래도 발뺌할 게냐?!"

3황자가 민현의 어깨를 잡고 미친듯이 웃으며 앞뒤로 흔들어댔다.

우두둑 -

"아악! 내 손가락!"

민현이 다시 손을 들어 손가락에 힘을 주어 3황자 아소의 손을 내렸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귀에 속삭였다.

"그 입 닥쳐. 그 날은 그 아이가 궁에 처음 온 날이야. 잠이 오지 않아서 산책하다가 내가 실수로 열어둔 정원에 들어간거고. 알려면 제대로 알라고, 미친새끼야."

말을 마친 민현의 눈이 소름돋게 차가웠다. 눈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3황자가 놀라 한 걸음 물러섰다.

"3황자!"
"아,아버님."

이제야 3황자의 눈에 황제가 들어왔다. 분노에 차, 얼음과도 같은 민현과 달리,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마치 불과도 같은 황제를.

"당장 나가거라!"
"송, 송구하옵니다. 하지만 저놈이..."
"내 말이 말 같지 않으냐?! 당장 궐 밖으로 나가란 말이다!"
"궐 밖이라니요..?"
"넌 오늘부로 내 아들이 아니다! 네가 어울리는 그 쓰레기같은 양아치 무리들에게 가던, 네 돈으로 집을 사건 내 알바 아니다! 어서 나가거라!"
"폐하, 진정하십시오. 처사가 지나치십니다.."
"어찌 민현이 네가 짐에게 진정하라 하는게냐! 너는 저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은 게야?!"
"아버님, 세간의 눈을 생각하십시오. 황자를 폐위시키다니, 호족들이 무어라 하겠습니까. 자칫 황권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차분히 이후의 일을 예상해 말해오는 민현에 황제가 간신히 진정했다.

"아소 네놈은 처소로 돌아가 꼼짝하지 말거라. 네놈의 그 친구들도 당분간 만나지 말아라!"
"하지만..!"

항의하려던 3황자가 민현의 눈을 보고는 말을 아꼈다.

"알아들었으면 나가거라! 술먹고 황상 앞에 선 죄, 감히 황상 앞에서 언행을 거칠게 한 죄, 그리고 감히 황상 앞에서 멱살을 잡은 죗값은 후에 통보하겠다. 나가거라!"
"...예."

더 있다간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아 3황자가 재빨리 나갔다.

"후우, 그 아이에게는 황실 의원을 보내주거라. 그리고 네가 자주 가 주려무나. 짐이 대신 미안하다고도 전해주고."
"...예, 폐하."

조용히 예를 표하고 나간 민현을 바라보던 황제가 묘한 눈으로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지금 보면 황제감은 틀림없는 민현이다. 자신의 사후, 분명히 벌어질 황위다툼에 벌써 입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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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낙서 2017. 8. 10. 01:10

RAIN

투둑 - 툭 -

아, 비가 오네.
비가 온다, 종현아.
많이 보고싶다. 거기는 어때? 괜찮아?
나는 네가 정말 많이 보고 싶은데, 너는 어때?
오늘처럼 비가 올때면 네 생각이 나.
비가 많이 오네.
오늘 낮에 너무 더웠는데, 창문을 다 열어놓으니까 시원해. 내 마음같아. 너무 차갑고 시려와.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네 생각에 눈시울이 너무 뜨거워, 종현아. 울고 싶지 않은데, 내 얼굴을 타고 흐르는 이건 눈물이겠지.
예전에는 비가 오는 날이 너무 행복했었는데.
알바하는 너를 데리러 나가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어. 너도 알거야. 너를 데리러 나갈 때, 항상 웃고 있던 내 모습을. 검은 우산 아래 행복하던 우리를.
정말 미치도록 보고싶다.
미안해, 종현아.
미안하단 말 밖에 할 수 없어서 더 미안해.


오늘 낮에 또 비가 왔어, 종현아.
비가 오면 네 생각이 더 선명해져서 좋은데, 너무 아프다.
누가 날 죽여줬으면 싶을 정도로 아파. 심장이 아려. 오늘은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숨이 안 쉬어져서 주저앉을 뻔 했어.
종현아, 넌 거기서 항상 웃고 있는거지?
나는 이렇게 아파도, 너만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많이 보고 싶어.
너무 이기적인것 같지만, 날 보게 된다면 잘 지낸다고,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한마디만 해줘. 부탁이야.
한마디만 해주면 내가 숨을 쉴 수 있을것 같아. 통증이 덜해질것 같아.
정말 그립다, 종현아.


오늘 짐 정리를 하다가 너와 찍은 사진이 있는 사진첩을 열었어.
요 며칠 비가 오지 않아서, 조금 살 것 같아 큰 맘 먹고 열었는데 열자마자 다시 닫아버렸어.
첫 페이지에 하필 너 대학교 졸업사진이 있더라.
왜 하필, 첫번째 페이지에 그걸 뒀어.
대학 등록금만 아니었어도 네가 지금까지 내 곁에 있었을텐데.
대학 등록금만 아니었어도 대출을 안 받았을거고 결국 힘들게 알바 할 일도 없었겠지.
아니, 우리 집이 조금만 더 넉넉했어도. 아니, 내가 널 만나기 직전에 내가 모아둔 돈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오지만 않았어도 네가 내 곁에 있을텐데.
한가지 더 마음이 아팠던 건, 사진이 빛을 바래가기 시작하더라. 네가 그렇게 긴 시간동안 알바를 한 걸 생각하니까 너무...아, 정말 왜 이러지. 나 다시 눈물이 난다.
네가 가기 전에 내 손으로 맛있는 밥 한번 못 해 먹이고, 하다못해 비싼 밥 사주지 못해서 진짜 너무 후회스럽다. 나중에 보니까 너 너무 말랐더라. 미안해.
아, 다시 비가 온다.


오늘 오랫만에 차분한 느낌이 들고 숨통이 좀 틔여서 너와의 인연을 정리해보았어. 우리 긴 시간이었지만 너무 한 게 없더라. 내가 대학교 2학년에 유럽여행을 다녀왔으니 우린 대학교 3학년때 만났고, 그때 넌 대출을 받았지. 우리가 사랑하게 된 게 4학년이었지?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같이 살고, 너는 알바하고 나는 곡을 쓰고. 그리고 27살때 이별. 알바를 끝내던 그 날 하필... 정말 아직도 그 차주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 그 사람은 아직 감옥에 있어. 5년형 선고받았었으니까, 이제 3년 남았네. 그 사람 때문에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던 너를 생각하면 정말 5년은 껌이야. 무기징역이었어도 시원하지 않았을 거 같긴 하지만. 너와 만난 5년이 내 인생의 황금기였는데. 사실 히트곡도 다 너의 덕분이야. 종현이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그렇게 예쁜 가사를 쓰고, 예쁜 노래를 만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해. 지금은 그런 노래가 전혀 써지지 않아. 아예 곡이 써지지 않는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 내가 대학교 3학년 중반까지는 너무 막막했었어. 내가 가사를 유별나게 잘 쓰는것도 아니고, 멜로디를 어마무시하게 잘 뽑는것도 아니고. 정말 다 네 덕분인데. 그 전까지는 무채색이었는데, 물감을 들고 내게 다가와 무지개빛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여하튼.. 너무 보고싶다.


안녕, 종현아.
이게 내가 쓰는 마지막 편지야.
오늘 정리 다 마쳤어.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쓴 곡 주고 오는 길이야. 아마 내 인생의 마지막 곡이겠지. 굳이 예쁜 사랑 노래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니까 노래가 써지더라.
다시 비가 오네. 참, 무슨 심장이 자동반사야. 욱신욱신 아파온다.
조금만 기다려, 곧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그곳으로, 너와 마주보고 손잡고 웃을수 있는 그곳으로.

잠시만 안녕, 곧 다시 만나자.
사랑해 , 종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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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PARTY (上 : in midnight)  (0) 2017.09.08
HOGWARTS! 2017. 8. 9. 09:28

HOGWARTS! 4

아침이 밝았다. 본격적으로 호그와트에서의 하루가 시작이 된 것이다. 다행이도 페리스테라이트는 멀쩡히 목에 잘 걸려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민기와 연회장으로 내려가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풍족한 만찬이 벌어지고 있었다. 배불리 배를 채운 뒤, 기숙사 반장인 닉에게서 시간표를 받았다.

"월요일, 변신술, 마법의 역사, 어둠의 마법 방어술, 마법약.."
"첫날부터 빡세네."

민기가 한숨을 푹 쉰 뒤 말했다.

"기숙사 올라가서 3교시까지 가방이나 챙기자. 4교시는 점심 먹고 난 뒤니까... 오전에 왔다갔다 거리기 귀찮잖아."
"그래. 그러자."

"그런데 뭐뭐 챙겨야 하지?"

기숙사로 들어온 뒤 짐가방을 활짝 열어놓고 민기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뭐, 일단 교과서들하고 깃털펜, 잉크, 노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첫날이니까. 뭐 딱히 가져오라고 공지한것도 없었고."
"그건 그렇네."

두 소년이 가방에 짐을 챙기는 사이, 시계는 수업 시작 10분 전을 가르키고 있었다.

"민기야! 다 챙겼어?"
"아직! 나 잉크를 어디다가 뒀는지 모르겠어.."
"내꺼 빌려줄게 빨리 가자! 10분전이야!"
"뭐?!"

민기가 시계를 바라보더니 빛의 속도로 늘어져 있던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외쳤다.

"뛰어!"

시간이 3분 남았다.

"아, 그런데 변신술 강의실이 어디지? 분명 2층은 맞는데! "
"헐, 그것도 모르고 뛰어온 거야?"
"아, 몰라! 이렇게 넓을 줄 몰랐지!"

바로 그 때, 익숙한 아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종현이 바로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뭐, 뭐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저기 혹시 그.. 변신술 강의실이 어딘지 알아?"
"변신술?"

민현이 황당한 듯 종현과 뒤에 서 있는 민기를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첫 시간 변신술이야?"
"어어..."
"뛰어야겠네. 거기는 4층 한가운데에 있는 교실인데? 움직이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4층 중에서 가장 큰 문 찾으면 돼. 여기는 마법의 역사 교실 근처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래, 종현군, 민기군. 왜 10분이나 늦었는지 이유를 좀 들어 볼까요?"
"저.... 죄송하지만 처음이라 길을 헤맸습니다."
"2층 마법의 역사 교실인 줄 알았습니다.."
"이런이런, 모르고 있었나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휴게실 벽난로 옆에 강의실 위치가 다 붙어 있는걸 보지 못하였나요?"
"네..? 못 보았습니다."
"그런..게 있었나요?"
"휴게실 벽난로 옆에 강의실 지도 본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런, 그럼 다들 어떻게 교실을 찾아 온 거죠?"
"..교수님께 여쭈었습니다."
"선배들한테 물어보았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을 둘러보다 위치 파악했습니다."
"<호그와트의 역사> 책에서 지도가 나와있었어요!"
"다른 기숙사의 친구에게 물어보았어요."
"지도가 붙어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네요?"
"네에!"
"아이고, 내가 어제 코지네스 군에게 지도를 주고 꼭 붙이라 단단히 일렀건만... 알겠습니다. 오늘은 지각을 그냥 넘어가도록 하죠. 하지만 다음부터는 한명 지각할때마다 5점 감점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종현군, 민기군,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하던 수업을 마저 하죠. 변신술이란, ..."

"하암, 진짜 첫 시간부터 피곤해 죽겠네. 맥고나걸 교수님도 참 대단하셔. 교장에다, 변신술 강의까지 하시고, 아까 말씀하시던거 보니까 반장들한테 나눠주는거 일일히 다 하시는 모양이던데.."

민기가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2교시가..."
"마법의 역사. 아까 거기."
"그래. 그리핀도르 탑 얼마 안 머니까 너 잉크만 찾아서 가자."
"그래."

"그런데 나 진짜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어."

민기가 가방을 뒤지다가 투덜댔다. 잉크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무슨 색인데?"

종현이 옆으로 와 쭈그려 앉으며 물었다.

"검은색. 딱히 다른 색은 안 쓸 것 같아서 검은색만 샀었거든."

가방의 모든 소지품을 꺼내도 보이지 않자 민기가 한숨을 푹 쉬며 종현을 쳐다본다.

"친구야, 부탁 좀 하자."
"응?"
"우리 부모님은 머글이시잖아. 너 어머니한테 부엉이 보내서 잉크 구입좀 부탁드리면 안될까?"
"어, 뭐 안될건 없지. 오늘은 일단 내꺼 써. 가자."
"그래."

그들이 그리핀도르 기숙사 밖을 나가자, 어디서 불어 온 건지 모를 바람에 날려 커튼 사이로 소름돋게 새까만 잉크병이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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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2017. 8. 6. 00:20

황제의 길 3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종현은 기약 없이 계속 궁에 있었다. 제가 황자들의 운명을 다 제대로 읊어 주어야 궁을 나갈 수 있을 듯 싶었다. 아니, 그래도 나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다. 마음이 복잡해 본가에서 가져왔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아 차분해져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쾅 -

"황자 전하! 3황자 전하! 아무리 급하셔도 어찌 이리...!"
목소리에 노기가 찬 진상궁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문을 부서져라 힘차게 열고 종현의 방 안으로 들어온 3황자 시영이다.

"종현아! 사흘 뒤가 내 생일이다."
"아, 예.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리도 좋아 생일까지 외운 게냐? 놀랍구나."

아니요, 궁궐에서 살아남으려 그쪽 형제들 이름 특징 생일 등등 달달 외웠습니다만..

"내 생일 연회가 연각에서 열릴 게다. 올 것이지?"
"꼭 가야 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그럼, 내 생일도 알면서 오지 않을 심산이었느냐?"
"갖고 싶으신 선물을 말씀해 주시면 준비해 가겠사옵니다."
"흐음, 갖고 싶은 선물이라... 네가 보기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는 것 같으냐?"

종현이 아차 싶다. 그래, 명색이 제국의 황자인데 못 가진 것이 있을까.

"미처 생각을 깊게 못 했나이다. 송구하옵니다.."
"아니, 송구할 것 까진 없고, 너만 오면 된다. 꼭 오너라. 알겠지, 응?"
".....예."
"그럼 우리 예쁜 종현이 사흘 뒤에 보자꾸나!"

3황자 시영이 콧노래를 부르며 문을 나선다. 종현은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아, 저런 개망나니 같은...

"괜찮으십니까?"

서둘러 종현에게로 와 안색을 살피는 진상궁이다.

"예, 저는 괜찮습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만..."

말끝을 흐리며 방금 시영이 박차고 나간 문을 죽일듯 노려보는 진상궁. 종현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진상궁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

"정말 괜찮습니다. 머리가 조금 아파서 그러니, 산책을 조금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들어오시면 따뜻한 차와 다과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안쓰러움과 따뜻함이 뒤섞인 진상궁의 눈빛에 종현은 공연히 본가의 어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나올 뻔 했다.





황제의 길
아름다운 8황자, 민현이 걷는 길





야속하게도 3황자 시영의 생일날이 밝아버렸다.

"아으으.... 결국 아침이네."

괜히 침상에서 늦게 일어나고, 밍기적밍기적 느리게 씻고, 밥도 먹는둥 마는둥 느리게 먹어 갔다. 평소 같았으면 잔소리를 하거나 눈치를 주었을 진상궁이지만, 지금 죽을맛인 종현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조용히 옆에서 밥 먹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며 허비한 시간이 두 식경. 마침내 종현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디뎌 연각으로 향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고, 숨을 훅 들이마쉬며 연 연각의 문 안에는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고 있다. 종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최대한 구석진 자리로 찾아 앉으려는 그 때.

"여어~ 우리 종현이다!"

술에 취한 3황자가 종현을 알아보았다.

"종현이 어디가니~ 여기 바로 내 옆에 자리가 비었는데!"

자신의 자리 옆 빈 자리를 탕탕 치며 호탕하게 웃는다.

"내가 일부러 여길 비워뒀는데! 응?!"
"황자 전하, 전 여기가 편하옵니다. 부디.."
"뭐라고! 내 호의를 거절하는 게냐?!"
"아, 아닙니다. 송구하옵니다."

술에 취한 3황자를 건드려 괜히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된 종현이 더 이상의 거부는 하지 않고 조용히 3황자의 옆으로 걸어가 앉았다. 3황자 시영의 무릎에서는 벌써 여인이 둘이나 앉아 술을 따르고 있었다. 종현이 와서 앉자 3황자가 두 여인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의자를 종현에게로 바싹 끌어당겨 안는다.

"종현아, 내가 조금 뒤 무엇을 하고 있을지 보이느냐?"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보기 싫었던 것 뿐이었다. 보아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래?"

시영이 오싹하게 웃고는 이내 종현을 상 위에 눕히고 손목을 잡아 고정시킨 뒤, 종현의 입술을 자신의 손으로 한번 쓱 훑은 뒤 다시 묻는다.

"이래도?"
"이, 무슨.. 무슨 짓입니까!"
"처음 본 날부터 네가 마음에 들었다 종현아. 곱디고운 얼굴에, 가녀린 몸에. 네가 오늘 나의 선물이다. 갖고 싶은 선물을 말하면 준비해 온다 하였지? 네 몸이 갖고 싶구나."
"싫, 싫어..."
"싫다 한들 어찌하겠느냐. 너는 이미 붙잡혀 있는데."

3황자 시영이 웃으며 종현의 옷고름을 풀려는 그때였다.

쾅 - 쨍그랑 -

조용히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구석에 앉아 있던 8황자 민현이 술상을 별안간 뒤엎어 버렸다. 잔이 깨지고 술이 쏟아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얼음보다 차가운 얼굴로 상석으로 걸어가 3황자 시영의 오른손목을 한손으로 비틀어 꺾어 버리고는 그의 품에서 울고 있던 종현을 거칠게 빼냈다.

"으아악! 황민현! 무슨 짓이냐!"
"8황자!"

3황자의 고통에 찬 비명과 황태자의 놀람에 가득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현은 종현의 손목을 붙잡고 연각 밖으로 나가버렸다. 종현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 가기를 약 십 분. 마침내 민현이 한 곳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종현은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손목을 붙잡힌 채 서 있었다.

"괜찮으냐."

다정한듯 무심하게 물어 오는 민현에 종현이 더 서러워져 참으려던 울음이 터져버리고 만다.

"흐윽... 끅.... 흑...."

민현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당황스럽게 쳐다보다가 이내 종현을 품에 안아서 토닥토닥 달래준다.

"괜찮다. 여긴 우리밖에 없어. 울고 싶은 만큼 울어라. 여기서 나가면 이렇게 울지 못할 게야.."

민현의 따뜻한 품에 안겨 울기를 한참이었다. 민현이 도리어 미안해질 정도로 종현은 정말 펑펑 울었다.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내가 왜 그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지. 8황자님이 나서지 않으셨으면 현실이 되었을 끔찍한 미래가 떠올라 그저 속상하고 서러울 뿐이었다. 한참을 더 울고 나서 종현의 눈물이 간신히 멎었다. 민현에게서 떨어지니 이제야 보이는 제 눈물로 흠뻑 젖은 민현의 옷. 하필 오늘 연하늘색 옷을 입어 눈물 자국이 선명히 남았다. 종현이 당황해서 손을 뻗어 물기를 털려고 하였다.

"아, 아,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이미 눈물이 비단에 다 스며든 건지 아무리 털어도 하나의 변화도 없다.

"이제 좀.. 진정이 된 것이냐?"
"....예. 감사합니다."

이제야 주위를 둘러 보니 8황자를 만났던 정원이다. 제게 다시는 들어오지 말라 할 때는 언제고, 저를 데려왔는지... 의문에 찬 눈으로 민현을 올려다 보자 민현이 빙긋 웃으며 말한다.

"그럼, 길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줄 수는 없지 않느냐."
"아... 예. 송구하온데 저는 8황자 전하와 나이가 같사옵니다."
"응, 알고 있다."
"아..... 예에.."

종현이 울어서 새빨개진 눈으로 올려다보며 허락을 구한다.

"꽃을... 조금 보아도 괜찮을련지요?"
"마음껏 보거라."
"감사합니다."

 민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종현이 꽃을 보다가 향기를 맡으러 고개를 숙이고 팔을 걷으니 이내 새파랗게 멍이 든 손목이 드러난다. 민현의 눈이 다시 한번 차갑게 식더니 종현에게 걸어가 손목을 잡았다.

"아...!"
"손목이 왜 이러는 것이냐."

민현이 다른 손목도 걷자 그쪽도 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아니, 그쪽은 더 심했다.

"어찌하여..!"
"..... 아까 3황자..전하께서 잡으셨을 때 멍이 들었는데, 이곳으로 오다가 왼손목의 멍이 짙어졌습니다."
"내가 붙잡아서 멍이 짙어졌다는 이야기구나. 미안하다. 내게 멍에 잘 드는 약이 있으니, 내 처소의 궁녀에게 일러 약을 가져다 주라 하겠다. 미안하구나."
"황자 전하께서.... 어찌 미안해하십니까. 황자 전하가 아니었다면 저는....!"

종현이 말을 잇지 못하고 시선을 돌려버린다. 눈가가 붉어진 것이 꼭 다시 울 것만 같다.

"...알겠으니 울지 말거라. 탈수로 쓰러질까 염려되니."

민현이 종현을 안고 다시 토닥토닥 달래주었다. 울지 말거라, 속삭이며 말이다.

"이제 이 곳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된다. 자, 여기 이곳을 들어오는 열쇠니라. 이건 복사본이고, 원본은 내 처소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다시 눈가가 붉어져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받아든 종현이다.

"아, 그리고.. "

민현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금 떨어진 붉은색 꽃에게로 걸어가 조심스레 몇 송이 꺾어 종현에게 주었다.

"군자란이다. 원래 1월~3월에 피는 꽃인데 10월이 다 된 지금에도 피었구나. 너에게 주라고 핀 것이겠지."

이내 문을 열어 종현에게 나가자 손을 내미는 민현이다.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고민하다 종현이 손 대신 말을 건넸다.

"...나인들이 오해합니다."
"아... 알겠다."

민현이 머쓱하게 손을 거두어 들이고는 앞장 서 정원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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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5. 15:29

HOGWARTS! 3

연회장에서 밥을 배불리 먹고 난 후,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말씀하셨다.

"거의 다 먹은 것 같네요. 이쯤에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금지된 숲에는 들어가면 안됩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간이라던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교수님과 함께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생이 혼자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취침시간은 10시입니다. 기숙사 내에서 잠이 오지않아 휴게실에 나와 있거나, 따로 공부를 하는 것까지 그만두라 강요할 수는 없으나 기숙사 밖으로 나오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셋째, 호그와트에는 점수가 있습니다. 각 교수님들께서 말씀하실때마다 점수칸에서 보석이 늘거나 줄어들 것이고, 연말에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기숙사가 영예로운 우승컵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럼 이상, 반장들은 신입생들을 기숙사로 잘 데려 가세요. 호그와트의 첫날밤을 즐겁게 보내기 바랍니다."

"그리핀도르는 여기로!"

그리핀도르 학생들에게 외치며 앞으로 나가는 닉.

"여기는 움직이는 계단인데, 움직여서 타이밍 잘 보고 이동해야 합니다."

"여기가 우리 기숙사 입구입니다. 여기, 이 초상화 속 여인분께 암호를 말하고 들어가면 되고요, 암호는 한달 주기로 바뀝니다. 이번 달 암호는..."

닉이 잠시 종현을 바라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인어의 눈물> 입니다. 우연찮게 누구와 관련이 되었네요."

인어의 눈물을 듣는 순간 종현이 움찔했다. 자신이 비아르가의 후손이어서 인어라는 말을 듣고 움찔한 것도 했는데, 인어의 눈물은 비아르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인 페리스테라이트의 별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페리스테라이트는 보석의 종류 중 하나로, 오직 비아르가의 후손만이 가지고 있으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데, 신기하게도 이들은 항상 일정량 손에 쥐고 태어난다. 이들이 페리스테라이트를 항상 들고 다니면 악운이 물러가고 열이 올랐던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대체...뭘 얼마나 알고 있는거야.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종현이 입술을 깨문다. 페리스테라이트는 비아르가의 후손이 마음대로 모양을 변형할 수 있지만, 몇몇 다른 가문에서는 이를 탐내기 일쑤다. 가엾게도,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이것 역시 지팡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있어야 효력이 발동한다.

기숙사로 들어오니 아늑한 휴게실이 보인다.

"벽난로를 등지고 서서, 왼쪽은 남자 기숙사, 오른쪽은 여자 기숙사 입니다. 짐은 다 놓여 있을겁니다. 그리핀도르에 온 걸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남자 기숙사로 올라가니 짐이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종현은 창가쪽 침대였고, 민기는 바로 그 옆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서 피곤했던 건지 민기가 먼저 침대에 누워 잘 자라고 말한 뒤 잠에 빠졌다. 종현이 주위를 둘러보니 닉과 자신, 그리고 두어명을 빼고는 거의 다 잠에 들어있다. 종현도 자려고 자리에 누우려고 하는데, 뭔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 원형 그대로 동그란 원석 형태의 페리스테라이트를 목걸이 형태로 바꾸어 목에 걸고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까. 잘 지낼 수 있을까. 수업은 재미있을까. 교수님들은 어떤 분들이실까. 마법은 잘 쓸 수 있을까. 친구는 잘 만들 수 있을..까...

종현이 생각에 빠져 있다가 잠에 들었다. 한편, 여러 생각이 뒤엉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또 있다.

"하아..."

민현이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복잡하고 아파왔다. 인어의 비늘이 들어 간 지팡이를 손에 쥘 때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1년 전, "비아르의 조개" 가 떠밀려 왔을 때부터. 그의 작은할아버지 황연이 미리 말씀해주셨다. 비아르가의 정통 후손이 지팡이를 제작할 때가 되었다고. 비아르의 조개는 민현이 태어나던 날에도 바닷가에 떠밀려 왔었다. 그저 정통이 아니기에, 비늘과 진주가 아니라 푸른색 머리카락 한 가닥이 조개에 담겨 떠 밀려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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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


"흠....어디에 넣어야하지. 어머니는 그리핀도르 출신인데 너는 래빈클로의 두뇌를 가졌구나. 용기도 있어. 게다가 슬리데린에 넣어도 손색없다. 혼혈이지만 마녀인 어머니의 가문이 매우 고귀해. 비아르 가문이라니. 어머니가 실비아 비아르가 맞니?"
. 종현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렵군. 사실 비아르가문의 후예라면 슬리데린에 들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어."
제발 슬리데린만은...
"싫다고? 그래, 네 선택을 존중해 주마. 슬리데린에서도 충분히 잘 했을텐데 아쉽구나. 그렇다면... 그리핀도르!"

종현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 모자를 벗어 내려놓고는 기쁘게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총총 걸어갔다. 그 와중에, 황가의 아이와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고 이번에는 그 아이가 먼저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재학생들과 인사를 하다가, 문득 등을 돌려 아직 꽤 긴 신입생들을 보니 종현을 바라보는 민기가 있다. 종현이 입모양으로 말했다. 꼭 그리핀도르로 와.
민기가 알겠다고 웃어보이자, 곧바로 민기의 이름이 불린다. 민기가 긴장이 되었는지 종현이 그랬던 것 처럼 주먹을 꼭 쥐고, 입을 꽉 다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종현의 걱정과는 달리 모자가 민기의 머리에 닿는 순간 외쳤다.

"그리핀도르!"

민기가 모자를 내려놓고 환하게 웃으며 종현에게 뛰어왔다. 이에 종현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민기를 끌어안았다. 두 소년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심하다는 듯 말을 걸어오는 이가 있다.

"나 참, 무슨 몇년만에 만난 사이 같네. 호들갑들은."
"아, 저희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거든요."

괜시리 머쓱해진 종현이 변명을 한다.

"알겠고, 일단 앉아. 서서 뭐해?"
"아, 네!"

민기와 종현이 자리를 잡고 앉자 그가 다시 말을 걸어온다.

"순수? 혼혈? 머글? 난 혼혈이고 이름은 닉 코지네스. 아버지가 마법사고, 코지네스 가문이야. 마법부에서 일하셔."
"전 혼혈이에요. 어머니가 마녀고, 마찬가지로 마법부에서 일하시는데 정확히 무슨 일 하시는지는 몰라요. 어머니 가문은...."

종현이 머뭇대다 말한다.

"...비아르 가문이세요. 제 이름은 김종현이에요."
"...비아르? 내가 아는 그 비아르?"

닉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네가 바다의 여왕이었던 초대 인어 아리아의 후손이라고?"

민기가 옆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아, 하며 이해한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팡이를 살 때 들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지팡이가 네게 맞는다니 놀랍구나. 필시 너는 비아르 가문의 후손일 터. 어머니 성함이 실비아 비아르 맞으시니? (네-) 역시. 바다의 여왕, 아리아 비아르의 후손만이 인어의 비늘이 재료로 들어간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단다. 알고 있었니? 그리고 이 지팡이는 남들이 빼앗아도 아무 소용이 없어. 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나무 작대기와 다를 바가 없지. 거기 네 지팡이에 들어간 비닐도 아리아 비아르의 것이야. 수 세기 동안 내려져 오고 있지. 그 비닐들은 비아르가의 후손이 지팡이를 제작할 때가 되었을 때 조개에 담겨 진주와 같이 바닷가로 떠밀려 온단다. 지팡이에 자그마한 흰색 인어가 보이지? 그래. 그 진주 가루로 붙인거야. 1년 전쯤 오랫만에 비닐이 떠밀려 와 새 비아르가의 후손이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살며시 기분이 묘해지는 민기이다. 내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존재라니. 나 머글출신인데, 이 학교에서 괜찮겠지?

"....와우. 올해 진짜 스펙타클하네. 슬리데린의 황가, 그리핀도르의 비아르가."

연신 감탄을 하던 닉은 이내 민기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너는?"
"저는 머글출신 최민기에요."
"얘, 마법사인거 알았을 때가 작년인데 작년에 생일날 케이크 녹였다가 순식간에 원상복귀 시켰어요!"
"참, 너도 신기한 케이스네. 머글출신들이 잠깐 날았다, 뭐 꽃잎을 오무렸다가 폈다, 유리창을 없앴다 이런건 들어봤는데 녹였다가 복귀시키는건 처음 들어본다."

닉이 신기한듯 종현과 민기를 쳐다보다 이내 손을 한쪽씩 내민다.

"어쨌거나, 잘 부탁해. 올해 기숙사 남자반장이 나거든."

악수를 끝마치자 마자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입생 기숙사 배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자, 그럼 이제 먹고, 마시고, 즐길 시간입니다."

짝-

맥고나걸 교수가 박수를 침과 동시에 비어있던 테이블에 먹음직스럽고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 찼다.

"즐거운 식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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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8. 2. 00:19

HOGWARTS! 1

"헐, 와, 황가라니."
"응? 황가?"

부모님이 두분 다 머글이신 민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종현이에게 물었다.

"어, 황연이라고, 그 할아버지 있잖아. 우리 지팡이 사러 갔을때 맞아 주신 분."
"아아, 그분? 그분이 황가셔?"
"어. 그리고 황가는 이쪽 세계에서 재력도 있고.... 마법부 고위직 사람들도 여럿 배출했을걸?"

종현이 동의를 구하듯 민현을 돌아보자 미소를 지으며 민현이 입을 연다.

"잘 알고있네. 아버지가 마법부 차관이셔. 삼촌이 재판부에 계시고, 형은 이번에 신참. 너는 부모님이 무슨 일 하셔? 굉장히 자세히 알고 있는걸 보면 마법부이실것 같아서."
"나는 혼혈이고, 어머니쪽이 마녀. 어머니가 마법부에서 일하시긴 하는데 자세히는 몰라."
"아아, 혼혈? 너 이름이..?"
"김종현. 얜 머글출신 최민기."
"머글출신? 아, 그렇구나."

왠지 눈 속에 경멸이 살짝 보인 것은 종현의 기분탓이었을까.

"자, 그럼 여기 네 지팡이. 그리고 이건 아까 마법 보여준 댓가. 불만 없지?"

민현이 개구리 초콜릿 하나를 들어보이더니 이내 품에 넣고 사라진다.

".....민기야."
"어?"
"너도 봤어?"
"뭐를?"
"...아니다. 근데 황가는 몇백년전부터 대대로 슬리데린 집안이야. 흔히들 말하는 순수혈통, 고귀한 집안."
"그런 게 어디있어. 사람은 다 귀한거지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안 귀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복도쪽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무언가를 부산스레 꺼내는 소리가 들린다.

"도착할 때 거의 다 되어 가나보네. 우리도 슬슬 옷 갈아입자."
"그래."

덜커덩 -

"신입생들은 이쪽으로! 신입생들은 이쪽으로! 날 따라와요!"

저 멀리 신입생들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보인다. 아마도 해그리드겠지, 생각하는 종현이다. 호그와트에 오기 전 미리 정보를 얻고자 접한 <호그와트의 역사>에는 호그와트의 구조와 역사는 물론 현재 재직중이신 교수님들까지 자세히 나와있었다. 교장이신 맥고나걸 교수님, 마법의 역사에 빈스 교수님, 교감에 스프라우트 교수님, 약초학에 롱바텀 교수님, 마법에 플리트윅 교수님, 마법약에 슬러그혼 교수님, 그리고 그 외 많은 분들. 종현은 원래 머리가 똑똑한데다가 도움이 될까 싶어 입학하기 전까지 <호그와트의 역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덕분에 호그와트 창립 초기의 4개의 기숙사 설립자들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흑마법사 볼드몰트의 몰락에 이르는 부분까지 거의 통달하였다. 이를 두고 민기는 종현에게 마법의 역사 시간에 네가 100점을 맞지 않으면 사기라고 할 정도라고 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교장 미네르바 맥고나걸입니다. 제 소개는 생략하겠어요. 그럼 이제 기숙사 배정을 시작합니다. 이름이 불리면 신입생들은 한명씩 나와서 의자에 앉으면 됩니다."
"클레어 페롤!"
"래빈클로!"
"퍼민 와이즐!"
"그리핀도르!"
"민현 황!"
"황가면 말할것도 없지. 슬-리데린!"
"황가?"
"황가래!"
"황가라고? 세상에.. 내가 황가의 후손과 동기라니."

민현의 이름이 불리자 술렁대는 연회장. 종현이 민현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고, 종현이 불에 데인 듯 재빨리 시선을 돌려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민현이 귀엽다는 듯 살짝 웃고 만다.

한편 종현이 미리 읽으라고 했던 <호그와트의 역사>를 미리 읽지 않아 자신이 어느 기숙사에 배정될까 불안에 떨던 민기가 종현에게 말을 걸었다.
"야야 김종현, 기숙사 4개잖아 각각 특징이 뭐야??"
"그리핀도르는 용맹한 자들이 모이는 곳. 대표적으로 해리포터. 래빈클로는 똑똑한 자들. 후플후프는 누구나 다 받아들이고, 슬리데린은... 순수혈통만. 대표적인 사람들은...."

종현이 숨을 훅 들이마시고 다시 이야기했다.

"흑마법사 볼드모트,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 사이 종현의 이름이 불렸다.
"종현 김!"
"그럼.... 그리핀도르에서 꼭 다시 보자."

말을 마치고 종현이 주먹을 꽉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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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GWARTS! 2017. 7. 30. 19:43

HOGWARTS! 프롤로그

덜커덩 -

"과자나 젤리 팔아요! 과자나 젤리 팔아요!"

드르륵 -

"여기 개구리 초콜릿 세 개랑, 온갖 맛이 나는 젤리 두개 주세요."

값을 지불하고 다시 기차칸으로 들어와 털썩 의자에 주저 앉으며 친구에게 초콜릿과 젤리를 하나씩 건네는 한 소년이 있다.

"야, 초콜릿 많이 먹으면 살찐다!"
"그냥, 좀 먹으면 어때. 기분이 꿀꿀해서 그래."
"부모님 때문에 그래?"
"하아, 모르겠다 정말."
"이미 호그와트행 열차인데 아버지가 뭘 어쩌시겠어."
"글쎄, 겨울방학까지 학교에 있다고 쳐도 여름방학땐 돌아가야 하잖아.."
"뭘 벌써 걱정해. 여름방학까지 9달이나 남았는걸?"
"그런가."
"일단 먹어라. 녹겠다."
"그래."

찌익 -

"어, 덤블도어 교수님이다!"
"헐, 나 한번 보자."

개구리 초콜릿 속 카드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보이자 흥분하는 두 소년.

"아, 봤으면 좀 줘! 나 아직 못봤어!"
"잠깐만! 조금만!"
"뭘 조금만, 이자식아."
"아, 아, 종현아, 잠깐만!"
"최민기 너꺼나 뜯어봐."

그 두 소년의 이름은 김종현과 최민기였다.

"그나저나, 너 주문 연습은 조금 해 봤어 종현아?"
"해보긴 해 봤지. 근데 잘 안되더라.."
"올, 무슨 주문인데?"
"무장해제. 그냥.... 가장 일반적인 방어술 있잖아."
"아아, 엑스.. 무슨 스? 이름 어렵던데."

인상을 찌푸리며 주문을 기억하려 애쓰는 민기.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iarmus)!"

잠잠하다.

"뭐야, 아무일도 안 일어나잖아."
"거봐, 잘 안된다니깐. 기대했냐?"

순간 기차칸의 문이 덜컹 열리고 주문이 날아온다.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iarmus)!"

종현의 지팡이가 휙 날아가고 그 지팡이를 낚아채는 한 소년이 있다.

"Holly, 32센치, 인어의 비늘?"
"서양호랑이 가시나무..? 길이랑 재료까지.. 어,어떻게..."
"난 황가거든. 우리 작은 할아버지가 지팡이 장인 황연이시지."
"설마, 그럼 네가 그..?!"
"맞아. 황민현이야."

그 소년의 이름은 황민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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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길 2017. 7. 25. 00:09

황제의 길 2화

본 글은 선우님께서 주신 소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
.

"휴우...나 괜찮을까."

잠이 잘 오지 않아, 종현은 야밤에 처소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처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뒤로 이어진 자그마한 문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어? 뭐야 어디로 통하는 문이지? 밖으로 나가는 문은 아닌듯 싶은데.."

들어가면 안 될 것도 같았지만, 결국 호기심에 못 이기고 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내 종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정원이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소박한 꽃들인데, 다 함께 어우러져 있으니 화려하고 더욱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다. 본래 저 같이 아리따운 꽃들을 좋아했던 종현이 미소를 띄고 찬찬히 꽃들을 보려는 그 순간.

턱 -

자신의 목덜미를 사납게 낚아채는 이가 있어 놀라 뒤 돌아보니 8황자 민현이다. 아까 종현이 차기 황제라 느꼈던 이 이다.



황제의 길
아름다운 8황자, 민현이 걷는 길






"예가 어디인지는 알고 함부로 발을 들인게냐?"

자신의 귓가에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는 민현에 종현은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몸이 경직되었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소름이 조금 가시고 나니 이제야 조금 불쾌해진 종현. 아니, 아무리 황자라도 남의 몸에 손을 대?

"귀하신 몸이라고, 사람을 이리 막 대하셔도 되는 겁니까?"

종현이 하는 말에 잠시 멍해있던 민현이 키득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배꼽을 잡고 크게 웃는다. 제 위의 7명의 형님들의 어머니는 모두 귀한 집 따님이시다. 황태자와 2황자의 어머니는 타국 공주시고, 나머지 형님들의 어머니들의 집안은 공주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귀한 혈통을 지닌 집안이다. 병조판서의 딸, 좌의정의 딸, 호조판서의 손녀, 이조판서의 조카딸이니 두말할 것도 없다. 그에 비해 민현의 어머니는 궁녀출신이다. 궁녀중에서도 양반집 자제가 있고 아닌 궁녀가 있는데, 제 어머니는 핏줄이 천하다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종현의 "귀하신 몸" 이라는 표현이 웃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커다란 웃음 사이로 깊은 슬픔이 보인 것은 종현의 착각이었을까.

"왜.... 웃으시는 겁니까? 소인이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이상해진 종현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아니, 나는 말실수 한거 없는데 왜 웃지...?

"미래를 볼 수 있다더니, 나에게 아부하는 것이냐? 그런 아부는 위에 형님들한테나 가서 하거라. 나 원 참..."

민현이 말을 마치자 종현이 눈을 깜빡거리며 민현을 올려다 본다. 다시 보인다. 분명히 보였다, 민현이 황상으로 즉위하는 모습이. 황제의 관을 머리에 올려주는, 키가 저와 비슷한 자가 있다. 민현이 황금빛 곤룡포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민현이 차기 황제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 미래를 발설해 버리면 모든 것이 뒤틀려 버릴까봐.

"황자님께선... 분명 큰 사람이 되실 겁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말을 마치고 종현은 정원을 빠져 나간다. 의미심장한 말에 민현이 종현의 말을 곱씹고 있었던 찰나, 종현이 다시 조심스레 다가온다.

"헌데, 제 처소는 어느 방향인지요..?"

헛웃음을 짓던 민현이 그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궁을 돌아다닌 게냐고 타박을 주자 금방 울상으로 변하는 종현이다. 민현이 종현을 처소로 데려다 주며 당부한다.

"궐은 네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다.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거라. 또한, 오늘 나를 보았던 정원을 다시는 찾지 말거라. 내가 너에게 해 줄수 있는 최대한의 충고이니라."

종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처소에 들어가라 재촉하는 민현.




짹짹짹-
환한 햇살이 방을 비추고, 새가 울며 날아가자 잠에서 깬 종현. 항상 일정한 시간을 자던 자신이었기에, 평소보다 한 식경이나 늦게 일어난 것을 알고 놀라 어젯밤에 무엇을 하다 늦게 잠들었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이윽고 생각난 정원과 민현. 대체 왜 다시는 제게 그 정원에 오지 말라는 것인지, 왜 제가 한 말에 그리도 크고 슬프게 웃었는지 의문투성이다. 이윽고 한 상궁이 아침상을 내온다.

"상을 두고 가겠습니다. 다 드시고 난 후, 문 밖에만 가져다 두시면 치우겠나이다."

상을 두고 물러가려는 상궁의 팔을 종현이 붙잡는다.

"궁, 궁금한게 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요.. 물어봐도 될까요?"

상궁 당황하지만, 반쯤은 궁에 갇힌 처지인 종현이 무얼 알겠는가 싶어 된다고 한다.

"음.... 저기 제가 어제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잠시 처소 밖에 나갔다가 궐 뒷편에 정원을 발견했어요. 근ㄷ"

"정원이라뇨! 무슨 정원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아니 저기 뒤편에 정원 있던ㄷ"

상궁이 낮게 비명을 지르곤 이내 종현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손가락을 들어 종현의 눈앞에 갖다 댄다.

"몇개로 보이십니까!"

"3개요. 왜,왜이러세요..."

"8황자님을 만나지 않은 것입니까?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8황자님 만났어요. 그런데 그 정원이 무슨....왜 그러는거죠? 정원에 무슨 일이 있나요? 8황자님이랑 관련이 있는건가요?"

상궁이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위를 휙휙 둘러본다. 사람이 없는것이 확인되자, 이내 말을 꺼낸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궐 안에서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즉, 어디서도 꺼내면 안되는 이야기이고, 제게 들었다는 사실조차 잊으셔야 합니다."

상궁의 표정이 너무 비장해 종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8황자님의 어머니 숙원 서 씨께서는.... 양반집 자제가 아니셨습니다. 평범한 출신의 궁녀로, 어느 날 폐하의 눈에 들어 숙원이 되신 겝니다. 천인이 아니셨으니 미천한 신분은 아니지만, 궐 안의 폐하의 여인들은 타국의 공주 또는 높은 벼슬을 지낸 분들의 따님이시니 비교적 천한 신분이라 여겨졌습니다. 저는 딱 한번 뵈었지만, 무척 아름다우신 분이셨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폐하께서 반하신 게지요. 외모뿐 아니라 마음씨도 무척 고우셨다 들었습니다. 8황자님께서는 숙원께 사람에게 귀천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구나 다 귀한 존재라 배우며 자라셨습니다. 덕분에 가끔 궐 밖에 숙원과 함께 나가실 때, 천인 아이들과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들어오는 일이 빈번하셨죠.. 하지만 짖궂은 형님들에게 천한 어미의 아들이라며 늘상 놀림을 받았고, 결국 형님들과의 사이에 벽 아닌 벽이 생기게 됩니다."

아, 그래서 어제 내가 귀하신 몸이라 했을때 슬프게 웃은건가.... 대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받은걸까. 괜시리 미안해지는 종현이다.

"돌아가신 숙원 서씨께서는 8황자님을 낳고, 몸이 약해지셨습니다. 몸이 약해지신 숙원을 위해 폐하께선 숙원께서 좋아하시던 꽃을 한가득 심은 정원을 만들어 주셨지요. 그 정원이, 어제 밤에 다녀오신 정원이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종현.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어느날 숙원께선 앓아 누우셨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제 추측으론......"

상궁이 망설이다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다시 말을 꺼낸다.

"폐하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던 숙원이 샘이 나 다른 후궁들 중 한명이 일부러 독을 푼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원의 꽃들 중 숙원께서 가장 좋아하던 꽃에 독이 묻어 있었고, 숙원께서는 서서히 독에 중독되어 가신 겝니다. 2년을 앓던 숙원께서는 돌아가셨고.... 독에 중독되셨다는 것 마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8황자님께서도 숙원께서 돌아가시고 약 3년이 지나고 알게 되셨습니다. 그 사실을 아시고, 방치되었던 정원을 그때부터 8황자님께서 직접 관리하시게 되었습니다. 꽃을 다 뽑아 버리고, 같은 종류의 꽃들을 심어서 8황자님 외에 타인이 들어가면 정말 큰 변을 당합니다. 8황자님께서 올해 열일곱 성년이시니... 2년전이면 열다섯이시지요. 그때 철딱서니 없는 어린 궁녀가 멋모르고 정원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꽃을 구경하다 8황자님을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갔습니다. 그 후에 3황자님께서도 호기심에 들어가셨다 8황자님께 매타작을 받고 열흘을 사경을 헤매셨습니다. 그때 난리도 아니었죠.."

이야기를 마친 상궁이 다시 한숨을 푹 쉰다.

"하여튼, 거기 다시는 가지 마십시오. 정말 위험하셨습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 갑자기 소름이 돋아 어젯밤 민현의 손이 닿았던 목을 만지자 차가운 느낌이 드는 듯 하다. 상궁의 눈길이 아침상에 닿고, 이야기 하는 새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들이 보인다.

"음식이 식었으니 다시 내오겠습니다."

상을 들고 나가는 상궁을 보다 종현이 외친다.

"저, 그런데 성함이 무엇인지요!"

상궁이 우뚝 서 웃으며 종현에게 말한다.

"진상궁이라 불러주시면 되옵니다. 앞으로도 제가 뫼시게 될 것이니,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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